5월 5일이 다가옵니다. 아이들은 벌써 들떠 있습니다. 엄마, 아빠, 이모, 삼촌이 선물을 사주겠다는 약속을 했거든요. 모두 제법 고가의 장난감입니다. 가격뿐인가요. 장난감도 신상이 중요한 시대입니다. 요괴워치, 겨울왕국이 가는 곳마다 품절 사태를 빚을 때가 엊그제 같은데, 이제 다이노코어와 핑크퐁을 구하러 뛰어야 합니다.
어렵게 구해준 장난감, 신나는 아이들! 이 행복이 지속되면 좋을 테지만, 인기 있는 캐릭터는 끝없이 나오고 새로운 장난감은 또다시 출시됩니다. 할리우드 영화 ‘토이스토리’속의 장난감 ‘우디’처럼 어린 시절 내내 함께한 진정한 친구는 이제 로망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요새는 장난감이 장난감의 역할을 하지 않아요. 대부분 상업적인 욕구나 욕망을 담고 있죠. 만화영화나 캐릭터 중심으로 만들어지고 있거든요. 아이들이 정말 친구가 필요해서 가지고 노는 게 아니라 상술에 못 이겨 사게 되는 거죠.” 금자동이 박준성 대표의 말이 더 다가오는 이유입니다.
5월 5일이 다가옵니다. 쉼 없이 쏟아지는 신상 장난감들 속에서 잠시 숨을 돌려보는 건 어떨까요? 버려진 장난감을 이용해 뚝딱뚝딱, 자신만의 장난감을 만들 수 있는 장난감학교 ‘쓸모’를 소개합니다. 이번 어린이날에는 들뜬 아이의 손을 잡고 장난감학교로 놀러가 보세요. 유행하는 한철 상품이 아닌 진정한 친구를 만날지도 모르니까요.
△ 서울 혁신센터에 위치한 금자동이
장난감 학교
쓸모는 ‘금자동이’ 박준성 대표가 고안한 교육프로그램입니다. 금자동이, 어린아이를 부를 때 ‘금이야
옥이야’라 하는 데서 비롯된 참 귀한 이름입니다.
박준성 대표는 과거 소외계층 아이들을 대상으로 공부방을 운영했습니다. 신학대를 졸업한 후 시작한 도시빈민운동의 일환이었습니다. 그는 자연스럽게
장난감과 유아용품에 관심을 두게 됐습니다. 가난한 부모에게 죄책감을 주는 고가의 장난감과 유아용품들, 지난 1998년 박 대표는 자본금
400만원으로 장난감·유아용품 재활용 사업 금자동이를 시작했습니다.
사회적기업 금자동이에서는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장난감이나 물품을 가져가 판매할 수 있고, 이 곳에 있는 또 다른 아이템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습니다. 일종의 장난감 공유 매장이죠. 현재는
인도와 티베트 아이들에게 장난감을 나누어주는 기부사업도 함께 진행하고 있습니다.
△ 장난감학교 쓸모 체험 공간
이 모든 일이 처음부터 일사천리로 진행되지는 않았습니다. 금자동이의
설립 후 박 대표는 방방곡곡 돌아다니며 장난감을 모았습니다. 유아원·어린이집에 일일이 전화를 하고, 일반 고객들이 좀 더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온라인 사이트(www.kumjadonge.co.kr)를
개설했습니다. 금자동이가 활발해지자 박 대표는 2010년, 또 다른 도전 ‘쓸모’를
시작했습니다.
“장난감은 여러 복합 재질로 촘촘하게 구성되어 있어서 재활용이
힘들어요. 그래서 거의 100% 소각되거나 매립돼요. 아이들을 위해서 태어난 장난감들이 결국 아이들에게, 또 환경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치는 천덕꾸러기가 되는 거죠.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버려진 장난감을 가지고 진행하는 교육프로그램인 장난감 학교 ‘쓸모’를 열었어요”
버려진 장난감을 재활용하여 새로운 장난감, 또는 예술작품으로 재탄생시키는 환경 예술 체험장쓸모는 그렇게 탄생했습니다.
△ 장난감학교 쓸모에서 아이들이 직접 만든 장난감
쓸모 체험에서
아이들은 장난감 조각을 활용해 새로운 장난감을 만듭니다. 장난감 플라스틱 조각은 알록달록한 색깔에 모양도
다양합니다. 조각조각을 붙여가며 상상대로 새로운 모양을 완성하면, 세상에
하나뿐인 멋진 장난감 작품이 탄생하죠. 작품에 이름을 지어주고 이야기를 담으면 하나뿐인 소중한 존재가
됩니다.
“쓸모체험의
백미는 바로 작품에 이름을 지어주는 시간입니다. 아이들은 대부분 바로 이름을 지어줍니다. 작품을 만드는 내내 아이의 머리 속에 있던 것이죠. 세상에 하나뿐인
작품이 이름을 가지면 그때부터 숨을 쉬는 생명체가 되는 것 같아요.”
초등학교 저학년은
중고 장난감을 분리·조립해 새로운 장난감을 만들어보고, 고학년은 목재·플라스틱 등을 활용한 목공을 배울
수 있습니다. 나만의 장난감 만들기 쓸모 체험 외에도, 금자동이에는
장난감 분해하기, 혁신파크 투어원정, 인형극 관람, 플라스틱 대장장이 등 다양한 체험 거리가 많습니다.
다가오는 5월 5일, 아이의 손을 잡고 금자동이로 떠나보는 건 어떨까요? 마트에서 파는 기성품처럼 기가 막히게 멋진 제품을 만들 수 없을지는 몰라도, 우리 아이의 순수한 동심이 가득 담긴 단 하나뿐인 장난감이 완성될 거예요.
샤우트 382호에서 보기
http://www.pentabreed.com/newsletter/newsletter382.ht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