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과 1로 이루어진 디지털 세상은 면대면 커뮤니케이션의 약화, 인간을 대신하는 인공지능 로봇 등 그 이름만으로도 다소 차가운 이미지를 떠올리게 한다. 그래서일까? 수많은 브랜드가 성공적인 메시지 전달을 위해 데이터 중심의 비즈니스, 크로스채널 마케팅까지 부단한 노력을 하지만, 고객은 그러한 활동들이 자신과는 먼 온라인 세상 속 이야기라는 인상을 갖는 경우가 부지기수이다.
작년 여름, 온라인 커뮤니케이션, 차가움, 지목, 이 3가지 키워드를 가진 따뜻한 캠페인이 있었다. 모두가 다음 차례를 기다리며 자발적으로 소식을 날랐던 새로운 개념의 기부 캠페인, ‘아이스버킷 챌린지’이다.?
미국 근위축성 측생경화증(루게릭병, ALS)협회의 모금운동에서 시작된 것으로, 찬 얼음물이 닿을 때처럼 근육이 수축되는 루게릭병의 고통을 잠시나마 함께 느껴보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낯선 병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인지하고 그들을 위한 치료법을 개발하자’라는 것이 목표였던 이 작은 캠페인은 참여 방법이 간단하면서도 확산력이 있어 가히 상상할 수 없을 만큼의 큰 변화를 이끌어 냈다.
참여자가 다음 캠페인 참여자로 지목한 사람은 24시간 이내에 얼음물을 뒤집어 쓰거나 1백 달러를 기부해야 하는 방식이었는데, 무엇보다 SNS에서 다음 참가자를 지명했기에 사람들은 매일 만나는 친구가 아니어도 캠페인에 동참했으면 하는 유명인을 소환해 가며 엄청난 호응을 이끌어냈다. 따라서 본인이 직접적인 지목 대상이 아니더라도 모두가 다음 차례를 궁금해하며 환호했다.
아쉽게도 아직 국내에는 이 같은 형태의 나눔 캠페인 성공 사례는 없다. 그러나 지난 7월 6일 온라인 금융 규제를 완화해 창업 기업이 온라인으로 소액 투자자를 모집할 수 있도록 하는 법, 일명 ‘크라우드 펀딩법'이 통과되었다. 다수의 지지를 받아야 하는 크라우드 펀딩의 특성상 공공성을 가진 다양한 활동들이 큰 호응을 얻을 것으로 기대가 된다. 해당 법률은 내년 1월부터 시행될 예정으로, 앞으로의 귀추를 주목할 만한 새로운 흐름이다.
그렇다면 지금 당장 만나볼 수 있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디지털 기부 서비스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돈을 내지 않고도 기부할 수 있는 독특한 발상의 서비스를 소개하고자 한다.
위시플렉스
위시플렉스는 크게 '나만의 위시(wish)'와 '모두의 위시(wish)'로 구성되어 있는 광고 플랫폼이자 기부 플랫폼이다.
나만의 위시에는 가전, 의류, 뷰티 제품 등 매주600여 개의 신제품이 업데이트 된다. 이용자는 그 중 갖고 싶은 상품 10개 아이템을 위시리스트에 담기만 하면 펀딩머니 500원을 제공받는다. 이 돈은 ‘모두의 위시’에서 내가 원하는 프로젝트를 후원할 수 있는 자본금이 된다. 게다가 이용자는 매주 추첨을 통해 위시리스트 상품을 최대 90% 할인가로 구매할 수 있는 '득템’기회도 얻는다.
참여 기업은 자사의 신제품을 홍보할 수 있는 기회를 얻고, 이용자는 몇 번의 클릭만으로 개인의 바램을 모두의 바램으로 전환시킬 수 있으니, 더없이 유익한 광고 플랫폼이라 할 수 있겠다. 현재 위시플렉스에서는 시각장애인들에게 안마사 외의 직업 찾아주기, 네팔 어린이에게 학용품 기부하기, 유기견에게 집 지어주기 등의 착한 활동들을 후원받고 있다.
이와 같은 나눔 활동은 의외로 가까운 곳에서 따뜻한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마음에 와 닿지 않던 차가운 디지털 세상을 매개로 한 기부와 공감 방식은 일견 가벼워 보이지만, ‘나눔’이라는 개념을 어느 때보다 쉬이 마음에 와 닿게 할 수 있는 최적의 방식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