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세상에
가치 없는 사람은 없다. 누구나 행복하게 죽을 권리가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며 무연고사망자 장례봉사를 하는 ‘나눔과 나눔’ 단체
소개를 부탁 드립니다.
'살아서도 죽어서도 혼자인 고인의 마지막 길에 예쁘게 꽃 장식도 해드리고 밥 한 그릇
올리는 일이 산 자가 죽은 자에 대한 마지막 예우일 거라고 생각해요’
나눔과나눔은 삶에서 죽음의 순간까지 모두가
차별 없이 인권을 존중 받으며 행복하게 살아가는 세상을 꿈꿉니다. 아무리 하찮아 보이더라도 인간이라면
누구나 존엄하게 생을 마감할 권리가 있습니다. 사회 공동체를 만드는데 기여한 일인으로써 있는 그대로의
삶을 존중 받아 마땅하기 때문입니다. 나눔과 나눔은 이러한 근본철학을
바탕으로 무연고 사망자를 위해 장례를 지원하는 비영리민간단체입니다.
02. 아무도 돌보지 않는 무연고 사망자들의 쓸쓸한 길에 마지막
동행인이 되어드리고 있는데요. ‘나눔과나눔’을 시작하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유난히 추웠던
2011년 겨울, 수요일마다 일본 대사관 앞을 지키시는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을 보며 오랜 시간 아픔을 간직하고 살아오셨는데, 가시는 길 누가 지켜드리나 궁금했습니다. 조심스럽게 정대협(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에 들러 할머니들 장례는 어떻게 치러드리는지
여쭤봤습니다. 역시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라는 이야기를 듣고, 가시는
길 꽃상여는 아니어도 소박한 상이라도 차려 예쁘게 보내드리고 싶다고 말씀 드렸습니다. 아픈 기억 마디마디를
매일 통증처럼 느끼신다는, 그래서 살아있어도 사는 게 아니라는 할머니,
하지만 “이제 나 죽어도 걱정 안 해도 되는구나.” 하시며
좋아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나눔과 나눔이 시작되었습니다.
03. 나눔과나눔 단체에서 하시는 일의 범위가 궁금합니다.
첫째, 재정적 어려움 등으로 제대로 된 장례를 치를 수 없는 분들의 장례를 지원합니다. 기초생활수급자, 홀몸어르신, 무연고자, 위안부 할머니 장례가 가장 대표적입니다.
둘째, 행복하게 잘 죽는 법(Well-dying)
교육 및 장례문화개선을 위한 캠페인을 진행합니다. 우리는 죽음은 삶의 끝이 아닌 삶을 완성하는
단계라고 생각합니다. 올해로 2회째를 맞은 서울 장례 문화의
날 캠페인, ‘마음꽃 행복한 장수 사진’ 캠페인 활동 중인데요, 마음꽃 프로젝트는 그 동안 무표정했던 영정사진의
장례문화를 개선하고자 어르신들 환하게 웃으시는 모습을 사진에 담아드리는 일이예요. 메이크업, 의상에서 사진까지 자원봉사자 분들의 도움을
받아 진행하고 있어요.
셋째, 장례관련 제도 개선을 위한 다양한 정책 제안 활동들을 합니다.
'무연고 독거노인 장례지원서비스’ 확대방안, 가족해체와 빈곤으로 사망에 따른 장례절차를 처리할 수 없는 계층을 지원하기 위한 것들이예요.
04. 무연고
사망자가 증가하는 이유는 무어라고 생각하세요?
IMF 이후 사회의 양극화 현상에 따라 공동체와 가족이 해체되는 것이 근본 이유가 아닐까 싶습니다. 가족을 책임지지 못해 실패한 가장들은 점점 더 고립되어 살아가려고 해요. 그러다 홀로 쓸쓸히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 거죠. 예전에 죽음은 사회가, 공동체가, 마을이 함께 치렀습니다. 그러면서 죽음 또한 삶의 일부로 받아들여졌는데 이제는 죽음이 우리 삶의 일부가 안되고 있어요.
http://www.ebs.co.kr/tv/show?prodId=348&lectId=10376889
05. ’무료
장례’를 원칙으로 하신다구요. 비용은 어떻게 충당하시는 궁금합니다.
기초생활수급자의 경우 ‘장례지원금 75만원을
받고 하지 않느냐?’며 무료지원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계십니다.
정부지원금은 모두 가족이 수령하여 장례식장에 직접 드리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 그 외의
비용을 나눔과나눔이 지불합니다. 그래서 유가족이 부담해야 할 비용은 전혀 없게 되는 무료장례입니다.
비용은 모두 후원금입니다. 2011년 6월 발대식 이후 모집한 지인 분들이 후원자의 95%정도 됩니다. 나눔과나눔의 활동이나 기사를 보시고 자발적 후원을 해 주시는 분도 계시는데, 이럴 때 참 놀랍고 고맙습니다. 이렇게 모인 분들이 약 200여분 정도 되세요. 5천원, 1만원..이렇게 진심이 담긴 소액 기부가 저희에겐 굉장히 소중합니다. 누구나 꺼리는 죽음을 다루는 일이라 그런지 기업 후원은 매우 어려운 상황입니다.
06. 나눔과나눔을 어떻게 알고 연락을 주시며 장례 지원은 한 달에
몇 차례 정도나 하시나요?
따로 홍보를 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지인이나
가족 분들 혹은 지자체 담당 공무원들이 우리를 찾아 주십니다. 장례요청이 온다 해도 다 지원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주어진 예산이 한정적이고 우리와 협약된 장례식장이 아니면 도움을 드리는데 한계가 있기에, 실제 장례지원으로 연결되는 경우는 평균 한 달에 2~3건 정도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 외 나머지 분들은 75만원의 정부지원금제도만
안내해 드려도 고마워 하시는데요, 기초생활수급자 아닌 차상위계층에 해당되는 분들의 경우는 지원조차 받을
수 없으니 참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07. 수많은 장례 사례가 있으실 텐데요. 가장
안타까웠던 사례를 들려주세요.
신원 확인이 불가능한 상태로 발견된 엄마와 어린 딸이었어요.
엄마가 백일도 채 안된 아기를 포대기에 업은 채 인천앞바다에서 발견된 사례였죠. 위패 두
개를 함께 제단에 올려 드린 너무도 가슴 아픈 장례였습니다.
또 하나는 최근 관악산 깊은 곳에서 백골상태로 발견된 분이
계신데요, 어떤 생각을 하며 이 깊은 곳까지 홀로 걸어 들어오셨으며,
나뭇가지에 빨래 줄을 걸고 스스로 목숨을 끊을 때까지 어떤 마음이셨을까. 그 분의 삶의
무게가 느껴져 숙연해 졌던 기억이 납니다.
08.가족이
상을 당해도 장례를 치르는 일이 보통 일이 아닌데, 무연고 장례의 경우 결코 쉬운 이 아니실 것 같아요. 꾸준히 이 일을 하게 되는 원동력은 무엇인지, 그리고 언제 가장
보람을 느끼시는지 궁금합니다.
장례가 있었던 날은 무척 힘들어요. 육체노동은 아닌데 버거워요. 한 분 한 분의 삶의 무게가 느껴져서
그런가 봐요. 가끔 그런 말을 들어요. 살아있는 사람들도
어려운데 죽은 사람까지 뭘 그렇게 신경 쓰냐고 하며
우리 활동을 사치(?)라고 말하시는 분도 있습니다. 죽은 이들을 대하는
태도가 그 사회를 말해준다고 생각해요 그게 곧 살아있는 사람들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말해주는 거니까요
삶이 고달팠던 분들의 삶의 마지막을 지켜드릴 수 있는
힘은 이것이 결코 타인의 고통이 아니라는 겁니다. 내 가족이, 지인이
될 수도 있는 일이니까요. 내가 언제 어디서 죽어 주검으로 발견돼도 이 사회가 나를 버려진 쓰레기처럼
취급하지 않을 것을 기대하는 것이 우리를 활동하게 하는 힘입니다. 결국은 이 모든 것이 나 자신, 그리고 우리 공동체를 위한 일인 것 같아요.
‘짧은 인연이지만 동시대를 살며 함께 서울 하늘을 바라봤을
고인을 이렇게라도 배웅할 수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 때 가장 보람을 느낍니다.
09. 앞으로는 무연고자 분들의 장례와 사후 처리에 대한 일이 제도적으로
마련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떤 방안이 가장 이상적일까요?
첫째, 공영장례식장의 의무화
공영장례식장을 마련해 빈소의 한 두 개 만이라도 공공을 위해 사용하게 한다면 무연고뿐 아니라 기초생활수급자 또는 차상위 계층이 가족의
장례를 치르는데 비용 때문에 고민 하는 가장 큰 부분이 해결될 겁니다.
둘째, 행복한 죽음 상담센터 운영
현재 서울시에 제안해 놓은 건인데 120번 다산 콜센터에서 많은 민원들이나 공공 안내를
하고 있습니다. 콜센터를 통해 장례지원절차나 관련단체리스트들을 안내해 주는 것만으로도 많은 부분 해결
될 것으로 봅니다.
셋째, 일원화된 장례 제도 정비
지금 현재 시행되고 있는 지원들이 몇 가지 있는데요, 예를 들면 독거노인지원센터에 등록되어 있으면 장례도움을 받을 수 있는데요, 정부지원제도와 지자체 지원 제도들이 각각 움직이는 경향이 있어요. 이를 종합적으로 지원 관리할 제도적 보완이 필요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kYwyE3MPlWY
10. ‘새로운 가족 탄생’에
대한 이야기가 참 신선하고 훈훈했는데요. 홈리스 염할아버지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최근에 있었던 홈리스 분들이 함께한 장례인데요, 가족 분들이 포기했는데 지하보도에서
함께 박스로 집 만들고 살던 동료분들이 오셔서 장례를 치러드렸어요. 새로운 가족 개념의 탄생을 목격했어요 진짜 가족이란 이런
사람들이지 않을까. 이게 진정한 공동체구나 하고
느꼈어요. 그 모습이 참 보기 좋았어요. 밤새 빈소를 지키면서
외롭지 않았어요.
11. 고독하게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실 것 같아요.
쪽방에 사시던 무연고사망자가 돌아가시기 전에 ‘난 원래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 라는 말을 참 많이 되뇌였다고 하시더라구요. 이런 이야길 들으면
굉장히 가슴이 아파요. 탄생과 죽음의 순간엔 누구나 혼자지만, 자신의
운명은 자신의 선택에 달린 것 같아요. 함께 살아가길 원하신다면 혼자 방에서만 있지 말고 좀 나오셨으면
좋겠어요. 이런 말을 전해드리고 싶어요.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 마음의 문을 활짝 열면 함께고자 하는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마세요’
12.
죽음은 단순한 삶의 결여가 아닌 삶의 완성이라는 차원에서 잘 죽는 법을 배우지 않고는 결코 깊은 행복에 다가갈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수많은 삶의 마지막을 목격해 오셨을텐데요, 혹시 사무장님은
자신의 마지막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제가 참 인상 깊게 봤던 장례식이 하나 있는데요. 골목 끝에 어머님의 젊은 시절 가장
아름다웠던 모습의 사진과 함께 ‘엄마 사랑해’라는 현수막이
하나 걸려있고, 주무시던 방에 빈소를 차리고 집에서 장례를 치른 사례였어요. 제 마지막 모습은 이렇게 소박한 생일처럼 축제처럼 집에서 편안하게 행해지는 아름다운 장례식이길 소망해 봅니다. 이렇게 자신이 원하는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서로서로 편안하게 나눌
수 있는 세상을 꿈꿉니다.
13. 나눔과나눔의
계획과 최종 목표, 사무장님의 개인적 꿈도 궁금합니다.
당장은 후원자 한분한분이 소중하지만, 후원자가 지나치게 많아져 단체가 커지는 걸 원치 않습니다. 우리 사회에 나눔과나눔의 역할을 대신할만한 좋은 장례지원제도가 만들어져, 우리가 기꺼이 소멸되는 게 꿈입니다.
궁극적으로는 죽음을 대하는 현대인의 삶의 태도를 변화시키는 일에 기여하고 싶습니다. 물론 아직은 마을장례의 변화가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조각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작은 변화의 조각들이 모여 인간답게 삶을 살고, 인간답게 생을 마감할 수 있는 세상이 만들어지는 큰 변화의 시작이 되길 바랍니다. 많은 사람들의 연대가 모여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이 되고, 이러한 세상이 커져 또 다른 연대를 만들기를 소망합니다.
개인적으로 그 동안 장애인, 인권 파트 쪽 일을
많이 해 왔거든요. 장기적으로는 ‘평화’를 위한 걸음으로 나아가게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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