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큰 세계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 저를 끊임없이 움직이게 해요” 디자인 최전선 뉴욕에서 저글링 하듯 자기 삶을 디자인하며 사는 한국인이 있다. 디자인은 데커레이션이 아닌 ‘움직임을 리드하는 것’이라 말하는 크리에이터 이상인. 그는 현재 세계 최대 경영 컨설팅사 Deloitte Digital 뉴욕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이자, 비영리 예술가 단체 K/REATE 대표, 최근 디자이너들에게 힙한 팟캐스트 Beers And Matters 진행자로도 활동 중이다. 다양한 역할 속에서도 날선 시선과 균형 감각을 잃지 않으며,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프로젝트를 거침없이 생성하고 유지해왔다. 스스로가 롤모델이 되어 크리에이터들에게 영감을 주는 창조적 채널 역할을 애씀 없이 해낸다.
디렉터님의 사명은 무엇이며, 왜 그곳에서 일하시나요?
‘디자인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자 움직입니다. 정해진 틀 밖을 벗어나 자유롭게 살고 싶어 미국으로 오게 되었고요, 삶의 영역을 넓히면서 가야 할 방향과 역할이 더 명료해졌어요. 회사에서는 다양한 기업들이 이루고자 하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돕고, 개인적으로는 한국 문화를 조금 더 멋지고 세련된 방식으로 세계에 알리기 위해 고민합니다. 좌시할 수만은 없는 사회 문제들에도 직면하며 목소리를 내고자 하는데요, 이 모든 걸 ‘디자인의 힘'으로 하나씩 하나씩 일굴 수 있다고 믿고 있어요.
미주 지역에서 영향력 있는 비영리 예술가 단체 K/REATE를 만들어 유의미한 프로젝트를 지속 중이세요.
K/REATE(크리에이트)는 한국을 상징하는 ‘K’와 창조하다 라는 뜻의 ‘Create’를 결합한 명칭으로, 미국에서 활동하는 젊은 크리에이터들의 커뮤니티예요. 디자인, 순수미술, 사진, 건축, 음악가 등 자신의 재능으로 사회에 긍정적 영향력을 전하겠다는 소명 의식을 가진 분들이 모여있죠. ‘We Design Korea’ 라는 슬로건에 맞게 ‘리드하는 디자인’ 실천을 위해 소통하고 연대해요. 815를 기념해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을 태극기 색으로 물들였던 ‘Lightning up NYC’, 디자이너들이 독자적으로 해석한 태극기 작품들 ‘My Taegukgi’, ‘세월호 추모리본 작품과 증강현실 콜라보’ 프로젝트 등 한국 문화의 아름다움을 세계에 알리는 것을 넘어 국민 디자이너로써 끌어안고 가야 할 크리에이티비티를 다양하게 시도해 왔어요. 우리가 일으키는 작은 물결은 서로 교차하고 융합되면서 놀라운 삶의 패턴을 이루어 낼 거라는 의식으로 움직입니다.
타이틀부터 힙한 팟캐스트 Beers & Matters도 진행하시죠. 타이틀에 담긴 의미와 한국의 크리에이터를 꾸준히 인터뷰하시는 이유는요?
Beers and Matters를 한글로 직역하면, ‘맥주들과 이야기들'인데요, 고백하자면 평소 제 삶을 있는 그대로 말해주는 타이틀이네요.^^ 친구들과 술을 마시다 보면 자신의 디자인·예술 철학은 물론 인생 이야기가 경계 없이 넘나들어요. 캐주얼하면서도 본질이 담긴 진지한 이야기들을 놓치기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느덧 에피소드 12번째까지 왔는데요, 앞으로 뉴욕의 한인 디자이너는 물론 각 영역에서 자기만의 예술을 펼쳐가는 아티스트와 전문가들의 삶까지 다양하게 담아보고 싶습니다.
지금껏 참여해 온 프로젝트 중 디렉터님의 스피릿이 담긴 대표작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Windows 8 ‘Take Over Times Square’
광고계 최초 시도, 뉴욕 타임스퀘어에서 진행한 윈도우 8 런칭 이벤트
http://sanginlee.com/windows-8
세계 최고의 광고판인 뉴욕 타임스퀘어 전체를 론칭 행사장으로 만들었던 ‘Take Over Times Square’ 프로젝트는 잊을 수 없어요. 45개의 거대 광고 스크린에서 우리가 만든 윈도우즈 8 관련 영상이 나오고, 이와 연계된 온·오프라인 행사들이 동시에 펼쳐졌어요. 광고계 최초 이색적으로 시도되어 큰 관심을 받았죠.
Samsung.com 리디자인
세계적인 한국 기업 삼성의 리뉴얼 프로젝트
해외에서 일하다 보면 한국 클라이언트 작업 기회가 많진 않은데, 글로벌 한국 기업 삼성의 리뉴얼 작업에 참여하는 영광을 얻은 적 있어요. 삼성의 웹디자인을 송두리째 바꾸는 일인지라 감회가 남달랐죠. 개인적으로 상당히 챌린징한 프로젝트였는데 전 세계 다양한 언어와 문화를 품는 섬세한 디자인으로 작업 방식의 스펙트럼을 확 넓힐 수 있는 계기였죠.
디지털
광화문 ‘판킹’
대한민국의 정치 현상 반영하는 모바일
앱
최근까지 우리 모두를 힘들게 했던 대한민국의 정치 현실에 안타까움을 느껴 만들게 됐어요. 정치인에 대한 생각을 익명으로 남길 수 있는 ‘디지털 광화문’
역할 이랄까요. 민심을 정보 시각화해 제공하고 월간 리포트도 공유했어요. 국정
파탄 사태 막바지에 공개되었음에도 긍정적인 피드백과 응원을 넘치게 받아 큰 보람을 느꼈죠.
https://brunch.co.kr/@sangster
블로그 Sangster
Idea(상념)에 꾸준히
아티클을 연재 중이세요.
디렉터님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개인적으로 가장 공을 들이는 사이드 프로젝트 중 하나에요. 취업, 언어, 정치에서 디자인까지 경험에서 비롯된 솔직한 생각과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을 기록 중인데요.
제 상념이 타인에게 공유되고 공감을 얻는 부분은 스스로에게도 큰
자극이 돼요. 저만의 삶과 디자인 방법론이 정돈되기도 하고요. 꾸준히 글을 쓰고 연대하는 것. 일종의 자기 수양 과정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시시각각
변하는 상황들 속에서도 최종 방향성을 잃지 않으며 다양한 작업들을 균형 있게 펼쳐갈 수 있는 힘은 어디에서 오나요?
무언가를 시작할 때 늘 자문합니다.
‘꾸준히 할 수 있는 일인가?’ 영혼 없이 한, 두 번 잠깐 해보는 일들은 일종의 해프닝으로 끝나, 일관된 목소리를 내기가 어려워요. 삶도 일도 사람에 대한 태도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영감, 직관이 떠오르면 생생히 시각화해보는 습관이 있는데요, 현실적으로 얼마만큼 시간을 투자할 수 있고 또 얼마나 오랫동안
유지가 가능할지 디테일하게 시뮬레이션하며 프로젝트를 하나씩 완성해 나가고 있어요. 저는
이런 과정을 꿈을 현실화하는데 꼭 필요한
Commitment(투자 내지는 헌신)라고 생각해요.
디렉터님에게
디자인이란?
언제 가장
영감받나요?
저에게 디자인은 ‘삶 그 자체’이자 ‘프로세스’예요. 디자인은 단지 심미적 행위의 결과물로 인식하는 분들이 많아요. 하지만 제게 디자인은 피상적인 것 너머를 꿰뚫어 발견한 본질을
현상으로 드러내는 전체의 과정이에요.
왜냐하면 디자인은 ‘짜잔’하고 한 번에 모든 것을 만들어 내는 마법이 아니니까요. 감정에 기반한 이성적 실천들이 갈고 닦여 나온 결과물은 아우라가
남달라요. 최상의 디자인을 향한 유일한 방법론은 ‘반복’ 같아요.
일상의 순간들로부터 영감은 쏟아집니다.
다중 문화가 자유롭게 뒤섞여 있는 뉴욕엔 영감의 소스들이 꽤나
다양한 편인데요. 출퇴근길 지하철에서 마주하게 되는 기상천외한 아티스트들, 시선을 붙잡는 거리의 이색 광고들, 잊을만하면 눈앞에 나타나는 뮤지엄들까지. 누군가의 기발한 상상에서 비롯된 감각적 결과물들은 언제나 저를
자극시켜요. 특히 길을 걷다 석양이 지는 맨해튼의 뷰를 맞이할 때면 산만했던
정신이 차분하게 리셋되곤 합니다.
눈앞에 실시간 나타나는 모든 현상이 제 영감의 원천이죠.
미국
생활 10년 차
신데요,
시시때때로
고비가 찾아올 땐 어떻게 극복하세요?
태어난 순간부터 위험은 존재해왔고 혼자서 감내하기 힘든 순간들은 늘상 찾아옵니다. 미국
생활 10년의 힘듦을 압도할 만큼 고된 순간이 있었으니, 학교 졸업 후 취준생 시절로 기억합니다. 전 세계가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악화 영향으로 경제 위기를 겪을
때였죠. 국내 취업은 물론 미국 사회에 진출하기 또한 하늘에 별
따기인지라 긴장과 스트레스가 증폭됐던 시기였어요.
그런데 전 그 상황에서 원하는 삶에 대한 동기부여가 강하게
됐어요. 포기하지 않고 준비하며 기다렸더니 기회가 오더라고요. 망설이지 않고 덥석 부여잡았죠.
악조건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하나라고 믿어요.
‘Keep going!’ 무언가를
원한다면 시련의 힘을 믿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것’입니다. 보이는 것 이상을 발견할 수 있다면 어려움은 전환점이라는 선물
같아요. 백통이 넘는 레쥬메를 작성하고, 매일 잡 인터뷰를 보러 다니던 그 시절은 외롭고 고단했지만, 꿈에 대한 확신으로 묵묵히 움직였던 몰입의 경험이 지금의 저를
있게 한 힘이 아니었나 싶어요.
디렉터님의
꿈과 미래 그리고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 꼭 남기고 싶은 것.
무언가 대단한 것을 이루기보다는 타고난 본성대로 사는 게 유일한 꿈이에요. 지금처럼
늘 현재를 살며, 하고 싶은 일들을 최대한 오래 잘 해내고 싶어요. 생의 마지막 순간 헛된 삶을 살았구나 깨닫는 일 없도록 ‘아무것도 남김없이’ 가볍게 떠나는 모습을 그립니다.
홈페이지
http://sanginlee.com/
K/REATE
https://www.facebook.com/kreatepeople/
브런치
https://brunch.co.kr/@sangster
팟캐스트
https://www.facebook.com/beersandmatters
샤우트 370호에서 보기
http://www.pentabreed.com/newsletter/newsletter370.ht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