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그네의 떠돌아다님, 여행
바야흐로 시작된 바캉스 시즌. 지금 이 글을 보고 있을 당신도 이미 올 해 남은 휴가일수를 꼼꼼하게 계산해 본 다음 인터넷에 올라 온 여행 스크랩이나 기사들을 찾아보며 누구와 어디로 여행을 떠날지를 고민하고 있지 않았을까 상상해 봅니다.
여행이란 단어는 왜 우리를 언제나 설레게 만들까요? 제 나름대로 발견한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내가 익숙했던 곳을 떠나 지금까지 한 번도 경험한 적 없던 낯선 곳을 방문한다는 공간의 변화. 둘째. 그 행위의 결과로서 더 이상 HOST가 아닌 낯선 곳을 방문한 GUEST가 되는 역할의 변화. 마지막 세 번째는 나에게 주어진 일정 시간 동안 그 여행을 끝마쳐야 한다는 시간의 제약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물론 사람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지금부터 이 세가지 관점에서 여행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낯선 곳으로 떠나다
재미있는 계산을 해볼까요? 인간이 지구에 태어나 생을 마감할 때까지 자신의 생활영역을 벗어나 스스로의 의지로 여행을 떠날 수 있는 나이를 20세부터라고 가정하고, 다른 누군가의 도움 없이 여행이 가능한 나이를 70세 정도라고 봅시다. 1년에 두 세 번 여행을 떠난다고 가정했을 때 인간은 평생 동안 평균 150회 정도 낯선 곳으로 떠날 수 있는 여행의 기회가 주어지게 됩니다. 물론 여행에 대한 개인적 기준은 다르겠지만요.
현재의 과학기술의 한계로 볼 때 개인이 지구라는 행성을 벗어나는 건 불가능하므로, 지구에서의 여행만을 기준으로 본다면 우리는 지구 전체 면적 5억 1천만 km² 중 30%를 차지하는 육지의 면적인 1억 4천843만 km²를 두 발로 여행할 수 있을 겁니다. 참고로 그 중 우리가 사는 이 곳, 대한민국의 면적은 100,000 km² 입니다.
자, 그렇다면, 당신은 지금까지 얼마만큼 낯선 세상을 두 발로 밟아 보셨나요?
낯선 사람들을 만나다
인간은 지구상에서 가장 빠르게 환경에 적응하고, 환경을 변화시키는 종입니다. 그렇기에 인간은 자신의 안전과 편리를 위해 주변환경을 최적화시키고 이를 기반으로 고유의 문명과 문화를 발전시켜 왔습니다. 인간은 자기 자신의 사회환경 속에서 유사한 경험과 사고를 하는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면서 통념이라는 사회적 패턴에 익숙해져 갑니다. 본능적으로 심리적 안정감을 추구하는 거죠. 하지만 이 심리적 안정감이 늘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이 안정감은 자신의 환경을 벗어났을 때 환경 부적응이라는 난제가 되기도 합니다.
한 사회심리학 연구결과, 인간은 자신이 전혀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로운 환경 속에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 상대방과의 관계형성 과정에서 판단력, 이해력, 분석력, 사고력 등이 향상된다고 합니다. 한 사람이 평생 동안 만나게 되는 사람의 숫자가 평균 3500명이라고 하는데요, 지금까지 당신이 떠났던 여행에서 만났던 새로운 인연들은 숫자는 얼마나 되나요?
낯선 시간의 주인이 되다
매일 오전 9시 출근, 저녁 6시까지 사회구성원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현대인들이 일정기간 동안 자신만의 시간을 갖는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일이죠? 그래서 조직에는 휴가라는 제도가 존재하고 모두들 이 휴가를 이용해서 눈치보지 않고 마음 편하게 쉬고 싶어하는 거겠죠. 그러나 우리가 떠나는 여행에는 대부분 시간제약이라는 어려운 미션이 있습니다. 물론 시간의 제약뿐만 아니라 금전적 제약도 있지만요.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복잡한 조건 속에서, 나에게 주어진 일정한 시간을 활용, 나의 의지로 준비한 계획에 따라 떠나는 여행의 의미는 더 소중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그 여행의 시간들을 누구와 함께 채워나갈 것인지, 어떤 새로운 곳에서 어떤 사람들과 경험들을 마주할 것인가도 말이죠. 무엇보다도 여행을 통해 내가 얻고자 했던 여행의 의미를 스스로 발견해 나가는 과정이야말로 여행의 가장 뜻 깊은 순간들이 아닐까 싶습니다.
자, 여행에 대한 당신의 생각들이 조금 정리가 되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이번 휴가 땐 복잡한 생각들은 다 접어두시고, 당신만의, 당신을 위한, 당신에 의한 멋진 여행을 떠나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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