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1. 국내 유일 발달장애 클라리넷 앙상블 '드림위드앙상블'과 고대인 선생님을 소개해 주세요.
드림위드앙상블은 국내 최초 발달장애 클라리넷 연주단이자 사회적협동조합 인증을 받은 음악단체예요. '발달장애'라는 한계를 뛰어넘은 7인의 예술가들로 이 중 5명이 음악대학을 졸업했을 뿐만 아니라, 끼와 개성도 다양한 만능 엔터테이너들로 구성되어 있어요. 10년 전 발달장애인으로 구성된 하트하트오케스트라 단원과 객원강사 인연으로 만났고, 이들이 당당한 음악인으로 자립하기까지 줄곧 함께 성장해 왔어요. 우리는 더 많은 자폐성 장애를 가진 아이들이 예술인으로서 자립할 수 있고, 장애에 대한 사회의 인식을 개선하는 일들을 펼치고자 합니다.
Q2. 장애를 예술의 경지로 이끌어내고 있는 '드림위드앙상블'을 시작하시게 된 최초의 계기가 궁금합니다.
유학 준비 중인 음대 3학년 학생에 발달장애란 단어조차 들어본 적 없던 25살 당시, 관악단에서 처음 대면한 이들의 낯선 행동과 반응에 무척 당황스러웠던 기억이 나요. 처음엔 '이들이 연주가 가능할까?'란 실망감에 성의 없이 지도했던 부끄러운 경험을 고백합니다.
그러나 만날 때마다 인사를 두 번씩 하거나, 진심으로 반겨주는 천사 같은 이들의 순수함에 제 마음이 서서히 열리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파트별 연습만 하던 수준이었는데, 제대로 지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반복적으로 집중연습에 들어갔는데 화음이 나오기 시작하더라고요. 이들의 새로운 가치와 가능성을 발견하는 순간이었어요. 어머님들께 봉사로 앙상블을 시도해 보겠다고 말씀 드리곤, 바흐 곡 하나를 가져와 꾸준히 지도했어요. 매일 열정으로 도전하며 불가능의 한계를 넘어설 때마다 함께 기뻐했던 감동의 순간들을 잊을 수 없네요. 그 작은 노력과 변화들이 수년간 쌓이고 쌓여 드림위드앙상블이 탄생된 것 같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klCyl1eXd5Y
Q3.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발달장애 앙상블이라는 평을 듣고 있어요. 드림위드앙상블의 주체적인 움직임들이 꿈을 잠시 잃어버린 사람들에게 큰 힘이 되고 있는데요, 주요 활동을 소개해 주세요.
드림위드앙상블은 그간 "장애인식 개선"을 목표로 공기업, 초·중·고등학교에서 연주와 강연을 하며, 발달장애인들의 소통의 간절함을 많은 분들께 알려왔어요. 작지만 의미 있는 노력들로 인해 세계 최초 발달장애 문화예술 부분에서 사회적협동조합설립 인가는 물론, 사회적기업으로서 많은 사람들과 음악으로 소통할 수 있는 값진 시간이 주어졌다고 생각해요. 또 하나는 그간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직업 연주자를 꿈꾸는 발달장애인 대상 음악교육을 하고 있는데요, 현재 매주 포항에서 올라와 교육을 받는 열정적인 고등학생도 있어요. 중·고등학생 준단원 앙상블도 구성해 열심히 연습 중에 있답니다.^^
Q4.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2주만에 세계 최초 협동조합 인증을 받으셨어요. 국내 이런 사례가 처음이었다면서요. 이 움직임이 드림위드앙상블에게 어떤 의미가 되나요?
비록 장애를 가졌지만 독특한 개성을 가진 이들의 음악을 하나로 모아놓으면 너무나 훌륭한 음악이 됨을 경험했어요. 그러나 안정된 단체에 소속되어 있었으니 자립하기엔 한계가 있었죠. 10년을 갈고 닦은 실력으로 7명 중 5명이나 음대도 나왔는데, 이들의 미래를 위해 단순 취미 수준이 아닌 '당당한 직업인으로 자립시켜 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꿈은 현실이 된다는 믿음 하나로 이사장님과 협의해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 연습실을 구한 후 단체에서 독립했어요. 참 무모했죠.
전문 음악가로의 도약을 꿈꾸며 움직이던 중 성남시 사회적경제창업공모사업에 덜컥 선정되었고, 인큐베이팅 과정 중 문체부로부터 사회적협동조합 정식 인가를 받게 되었어요. 실사 나오신 분들이 우리 단원들의 열정과 프로정신을 보며 '하루 아침에 나온 게 아니구나'를 느끼며 우시며 돌아가셨는데, 그로부터 2주만에 인증을 받은 거예요. 이런 전례가 없다고 해요. 어머님들끼리 인증서를 붙잡고 서로 안으며 기쁨의 눈물을 흘리시던 그 날을 잊을 수 없어요. 진정한 성취와 감사, 감격의 시간을 경험했어요. 오랜 시간 꿈꿔오던 일이 현실화되는 첫 걸음 이었던 거죠. 이제 우리 단원들은 4대 보험을 적용 받으며 자신이 좋아하는 일도 하고, 돈도 벌 수 있는 당당한 사회인이 된 거나 마찬가지예요.
Q5. 드림위드앙상블이 꼭 지키고 싶은 가치나 철학이 있다면요?
늘 도움만 받던 위치에 있던 발달장애인들이 현재는 단순 악기 연주를 넘어, 전문 예술가 그룹으로 또 저마다의 독특한 개성을 가진 클라리네티스트로 성장해 왔어요. 고된 시간들을 견뎌내며, 한계를 넘어섬의 경지가 무엇인지를 몸소 경험한 친구들이에요. 세계적으로 유래를 찾아 볼 수 없는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는 발달장애 클라리넷 앙상블'이라는 것에 큰 가치를 두고 있어요. 불가능이란 꼬리표를 달고 살아야 했던 장애인들이 누군가에게 희망과 놀라움을 선사하는 멋진 음악인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사라지고, 자신을 한계 짓던 사람들이 다시 꿈을 꾸는데 긍정적 영향력을 미칠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우리는 음악을 통해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분리를 없애고 더불어 소통하고 성장하는 행복한 사회 공동체를 꿈꿉니다.
Q6. 드림위드앙상블 멤버들이 전문 연주자로서의 기량을 가졌을 뿐 아니라, 자신과의 싸움에 끊임없이 도전해 온 만능 엔터테이너 분들이라 들었어요. 어떤 끼와 개성을 가진 분들인지 몇 분만 소개해 주세요.
맏형 은성호 단원은 9~10성부의 화성을 모두 맞출 수 있는 절대음감과 몇 년 몇 월 몇 일이 무슨 요일인지 정확히 알아 맞추는 암산능력을 지녔어요. 김우진 단원은 대한민국 버스, 지하철 노선을 전문가 수준으로 디테일하고 꿰뚫고 있어요. 특히 버스와 지하철의 내구연한에 대한 남다른 관심으로 매일 노트에 관련 내용을 꼼꼼히 정리해 둡니다. 드림위드앙상블의 꽃미남 정종현 단원은 수영과 스피드 스케이트로 2005년 스페셜 동계 올림픽에서 금메달 2개와 은메달 1개를 딴 기록을 가지고 있어요. 고층이라도 엘리베이터를 거부하고 계단을 직접 걸어 올라가는 좋은 습관도 가지고 있어요. 알면 알수록 매력 있고 배울 점이 많은 친구들이에요. 평범한 질문 하나를 해도 생각지 못했던 창의적인 답변들을 쏟아내 새로운 영감을 주는 친구들이에요.
Q7. 개개인의 장애를 하나의 조화로운 예술로 승화시키기까지의 작업들이 결코 쉽지만은 않으셨을 것 같아요. 가장 힘드셨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자기 클라리넷만 불던 상태에서 특별한 앙상블이 되기까지 말로 다할 수 없는 고된 시간의 경험이었죠. 관악단엔 클라리넷 파트뿐 아니라 다른 파트도 많았는데 공통적으로 하는 이야기가 많은 선생님들이 중간에 포기를 하셨대요. 그럴 만도 한 게 발달장애인들은 원치 않는 상황이 닥치면 강박증세, 자해, 분노발작 같은 자폐 스펙트럼 증상으로 진을 빠지게 하는 에너지가 나와요. 이런 상황을 더 이상 못 견디시는 거예요. 저는 단원들의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여기 있는 동안 포기하는 선생이 되지 않아야겠다'고 스스로와 다짐 또 다짐했어요. 제 자신을 넘어서는 작업과도 같다고 여겨졌어요. 난데 없이 달려온 단원에게 뺨을 맞아야 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타인과의 진정한 교감의 경험이 없던 친구들이었기에 그런 행동이 충분히 이해됐어요. 그때마다 더 강한 동기부여가 되었고 더 엄격한 선생이 되어 온 힘을 다해 진심으로 지도했어요. 그 과정이 반복되자 단원들과 제가 눈빛만으로 교감할 수 있게 되었고, 다음 단계로 나아감이 용이해지기 시작했어요.
Q8. 발달장애인 분들은 1곡을 연습하기까지 1년이란 긴 시간이 걸린다고 들었어요. 음악 한 곡이 탄생되기까지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려주세요.
소음이 화음이 되기까지 수 천 번 연습하고 또 연습해야 합니다. 발달장애인들은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려요. 음악은 내면의 감정 표현이 중요한데, 이 친구들은 그게 가장 어려워요. 마치 로봇이 똑같은 톤으로 느낌과 감정 없이 말하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어요. 특히 새로운 곡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가장 힘들어 하는데, 위에서 언급한 자폐 스펙트럼 증상들을 보여요. 하지만 앙상블의 진정한 힘은 하나됨을 경험한다는 것에 있어요. 자신이 잘 안 되는 부분을 다른 친구가 채워주면 성취감을 함께 느끼며, 큰 폭으로의 에너지 전환이 가능하다는 거예요. 우리가 꼬박 1년을 연습하며 ‘하면 된다’는 믿음을 준 곡이 '어메이징 그레이스' 라는 곡인데요. '안되면 될 때까지! 끝까지 해낸다!' 라는 구호를 함께 외치며 연습실에서 죽도록 연습했던 걸 모두가 기억합니다. 지금도 마음이 흔들릴 때마다 이 곡을 연습하며 초심을 잡곤 해요. 현재는 한 곡을 익히는 데 걸리는 시간이 6개월 정도로 점차 짧아지고 있어요. 반복할수록 더 짧아지겠죠.
이들에겐 한 곡 한 곡을 마스터 하는 일이 어마어마한 도전과 인내의 과정이에요. 하지만 우리 단원들은 중간에 포기 안 해요. 스스로 깨지고 다듬어져 가며 한계를 넘어섰을 때의 성취감, 무대에서 박수를 받으며 느낀 전율을 온 몸으로 기억하기 때문이에요. 처음엔 세상의 무시와 냉대로 마음에 상처가 있었고 자기밖에 모르던 친구들이, 음악을 통해 하나됨을 경험하고 무대 위 청중과의 교감을 느끼면서 자존감으로 충만해진 모습들로 거듭났어요. 처음엔 눈빛에 초점조차 없던 친구들이 이제는 초롱초롱하게 빛납니다. 앙상블은 더불어 살아갈 힘을 얻게 하는 마술이자 기적입니다
Q9. 꿈을 포기하지 않고 매일 조금씩 반복적으로 움직이다 보면 모든 한계를 예술의 경지로 이끌어 낼 수 있다는 어떤 메시지를 전해 주시는 듯 해요. 12월 8일 펜타브리드와 함께 국내 첫 정기공연을 준비하고 계세요. 어떤 의미의 공연이며, 공연 레퍼토리도 살짝 공개해 주세요.
직업화 이후 처음 갖는 단독 연주회예요. 이런 뜻 깊은 공연에 펜타브리드가 함께 해 주시니 얼마나 든든하고 감사한지 모릅니다. 지금까지 발달장애인 연주는 청중과 하나되는 느낌보다는 '연습하느라 수고했다, 그 정도면 잘 한 거야’ 동정과 격려 차원의 박수를 받는 행사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거든요. 첫 정기공연을 통해 ‘발달장애인도 멋진 음악인으로 살아갈 수 있고 꿈이 있는 한 불가능은 없다'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어요. 더불어 절망에 빠진 많은 사람과 발달장애인 가족들에게 희망과 기쁨의 에너지를 선사하고 싶어요.
이번 공연에서는 '발달 장애인 음악 연주도 콘서트가 된다'는 믿기 힘든 장면을 보시게 될 거예요.^^ 1부는 클라리넷앙상블로 그간 연주해왔던 곡들을 들려드리고 2부는 모든 단원이 암보(악보없이 연주)로 클라리넷과 전자장비 일렉베이스와 전자드럼, 옥타패드가 어우러진 스티비원더, 락밴드 퀸의 곡과 마이클잭슨의 곡 등 완전히 새로운 연주를 들려드릴 거예요. 자신의 한계와 장애를 이겨낸 음악가들이 어디까지 변화될 수 있는지 그 놀라움을 경험하러 오세요! 관객과 완전히 하나되길 바라며 열혈 연습 중인 저희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지길 바랍니다.^^
Q10. 불가능을 가능으로 이끌고 세계화 진출까지 꿈꾸는 고대인 선생님께서는 자신만의 한계를 넘어선 경험이 있으신가요? 단원들의 끝없는 성장을 가로막지 않는 어머님들의 초긍정성 또한 드림위드앙상블을 존재하게 하는 큰 힘 같아요. 한계와 장애를 딛고 새 삶에 도전하고 싶은 분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요?
개인적으로 '꿈꾸는 대로 움직이면 이룰 수 있다'는 믿음으로 줄곧 살아왔어요. 그러다 보니 참 좋은 파트너들을 만났어요. 핑계 없는 삶을 사는 우리 단원들과 어머님들이야말로 제 숨은 창조력을 깨워주는 최고의 스승들입니다. 우리와 삶의 모습이 조금 다를 뿐, 모든 인간은 동등하고 존재 자체로 존중 받을 가치가 있다는 진실을 이분들을 통해 배웠거든요.
드림위드앙상블이 탄생하기 까지 많은 우여곡절과 넘기 어려운 고비들이 많았어요. 정말 맨 땅에 헤딩하는 격이었죠. 그럴 때마다 오히려 장애는 '남다른 그 무엇, 특별함' 이라는 생각으로 임했어요. '장애가 보이지 않을 정도의 최고의 앙상블이 될 수 있다'는 목표와 신념으로 하루하루 노력을 쌓아 올리다 보니 어느덧 꿈에 가까이 닿아있더라고요. 드림위드 앙상블의 음악엔 포기 않고 달린 진실한 시간들이 그대로 녹아져 있어요. 저희 음악을 들으면 바로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진짜란 바로 이런 거다' 라는 것을요. 어렵고 힘든 순간들은 누구에게나 찾아와요. 그런 시간이 올 때마다 절대 긍정과 감사의 마음을 잃지 않고 현재에 집중한다면 누구나 꿈에 이룰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Q11. 드림위드앙상블 그리고 고대인 선생님의 최종 목표가 궁금합니다.
세계적인 앙상블을 꿈꿉니다. 꿈이 아닌 현실이 될 거라 믿고 있어요. 우리만의 앙상블이 아닌 사회적 기업으로서 긍정적 영향력을 끼치는 것이 목표입니다. 힘든 상황에 처해있는 발달장애인 친구들이나, 잠시 꿈을 잃어버린 많은 사람들이 우리 음악을 통해 자신만의 숨은 잠재력을 깨우고, 더불어 살아가는 기쁨을 회복하실 수 있도록 힘 닿는 한 기여하게 될 것 같아요.
제 삶의 목표는 드림위드앙상블의 목표와 다르지 않아요. 저는 우리 단원들에게 완전히 미쳐있거든요. 제 삶의 일부나 마찬가지예요. 우리 단원들의 놀라움을 발견해, 더 새롭게 창조해 나가는 일은 곧 제가 성장하는 일과도 같아요. 한 어머님이 해 주신 말씀이 있어요. '우리 아이들이 무대 위에서는 발달장애의 옷을 벗는다' 이 말이 무슨 말인지 경험해 본 사람들은 알아요. 드림위드앙상블과 함께 제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지속적으로 도전해 보고 싶습니다.
샤우트 346호에서 보기
http://www.pentabreed.com/newsletter/newsletter346.htm
<드림위드앙상블 사이트 정보>
Homepage : http://www.dreamwith.or.kr
Facebook : https://www.facebook.com/DreamWithEnsemble/
Youtube : https://www.youtube.com/channel/UCbvcmfcz2dtMSYkxZ67ROz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