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부터 난관이었다. 소방관이 입었던 폐방화복을 재활용해 패션상품을 만들고, 수익금을 소방관 처우 개선을 위해 기부한다. 멋진 아이디어였지만 업계 경험은커녕 패션에 관한 배경지식조차 없었던 건축학과 3학년 대학생에겐 도전이 쉽지만은 않았다.
“씨앗이 눈을 떴을 때 밝다면 식탁 위에 있는 것이고, 어둡다면 우리에게 아직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있는 것이다.”
힘들어하는 팀원들을 그는 그렇게 다독였다. 현재 레오의 기부액은 1천만원을 웃돈다. 각 소방서별로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장비를 주문제작하기도 했고, 소방관과 함께하는 토크콘서트, 전시회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레오가 바라는 세상이 유토피아는 아닐지도 몰라요. 다만, 우리의 안전을 위해 헌신한 소방관을 지킬 수 있는 세상을 원해요” 소방관의 안전이 지켜지는 세상, 소방관의 명예를 지키는 세상을 만들겠다며 그는 눈을 빛냈다.
사이렌 소리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며 발생하는 ‘소음성난청’, 끔찍한 재난 현장을 목격하고 겪는 ‘외상후스트레스장애’, 화재나 화학사고에서 나오는 포름알데히드와 벤젠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며 얻는 ‘암질환’등 소방관이 공무집행을 하다 질병이 발생하는 경우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진선미 국회의원이 2017년 9월에 배포한 자료에 따르면 암에 걸린 소방관은 4년간 2.3배 증가했다. 암 질환 발병을 근거로 적지 않은 소방관이 공상 신청을 했지만 인정받은 건 단 한 명뿐이다.
“2016년 언론에서 소방관이 겪는 불합리한 현실에 대해 알게 되었어요. 수많은 발암물질과 고열에 노출되면서 일반인보다 확연히 높은 확률로 암과 같은 질병에 걸리지만, 공무원 상해 인정을 받는 건 매우 드문 일이더라고요. 이러한 불합리한 현실을 조금이나마 개선하고 싶었어요”
레오(REO)는 Rescue Each Other의 줄임말로 ‘서로 구한다’는 뜻이다. 레오는 소방관이 입었던 폐방화복을 재활용해 상품을 만들고, 수익금을 119소방안전복지사업단의 ‘소방관 공상 인정 돕기’에 기부한다.
건축학과 대학생으로서 패션업계 도전이 순탄하지만은 않았을 것 같아요.
A 백 번 듣는 것 보다는 한 번 보는 것이 났다는 말이 있듯이
일단 무작정 동대문 시장으로 향했어요. 열정 하나만 갖고 움직이는 저희에게 무엇이든지 친절히 알려주시는
사장님들이 있었기에 제품을 만들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그래도 힘들지 않았다고 한다면 거짓말이겠죠. 힘든
순간마다 팀원들과 함께 ‘씨앗이 눈을 떴을 때 밝다면 식탁위에 있는 것이고, 어둡다면 우리에게 아직 성장 할 수 있는 기회가 있는 것이다’는
말을 되뇌며 위로했어요.
레오의 현재 성장세는 어떠한가요?
A 16년 동아리로 시작
할 때에는 방화복 업싸이클링만 진행했었는데, 최근에는 소방관과 함께하는 토크콘서트, 전시회도 함께 하고 있어요. 바빠진 만큼 팀원의 수도 두배 넘게
늘어나 7명이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올해 상반기에는 각 소방서 별로 현장에서 활용 할 수 있는 장비들을 주문제작 하기도 했어요. 소방관이 현장에서 활용하는 장비를 조금 더 개선해서 다음달쯤에 신제품을 출시할 계획이에요.
뿌듯한 순간도 많았겠어요.
A 저희의 모티브가 된 고 김범석 소방관의 아버지로부터 감사인사를
받았을 때는 정말 잊을 수 없어요. 직접적으로 큰 도움이 되지 못해서 항상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었는데, 아들을 위해서 세상에 정보를 전하는 것 만으로도 너무나 감사하다는 인사를 받았습니다.
17년 여름 시작한지 정확히 1년이 되는 날에 첫 기부금으로
7,837,306원을 기부했어요. 17년 한 해 동안 저희의 누적 기부액은 10,285,872원이고요. 저희의 기부금을 통해 소방관으로서 자부심을
되찾으셨다는 분의 연락을 받았을 때도 정말 뿌듯했어요. 앞으로는 공상 불승인 문제 자체가 해결되기를
바라고 그 전 단계로서 공상 불승인 행정소송에서 승소하는 사례도 있으면 정말 좋을 것 같아요.
레오가 꿈꾸는 세상은 어떤 곳일까요
A 레오가 만드는 세상이 유토피아는 아닐지도 몰라요. 하지만, 다른
사람의 안전을 위해 헌신한 소방관의 처우를 생각하는 사회를 바래요. 우리의 안전을 지켜주는 소방관의
안전 또한 지켜지는 세상이 되면 좋겠습니다.
세상을 바꾸는 도전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A 지금 당장 시작하라고 말하고 싶어요. 아무리 큰 문제이건 작은 문제이건 도전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시작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작은 문제라면 빨리 시작해서 해결 해 버리면 다른 것에 더 많이 집중 할 수 있게 되니까 너무
좋을 것 같아요. 작은 문제라고 시작 했다가 점점 큰 문제들을 발견한다해도 그 과정 속에서 자신을 다시
한 번 발견 할 수도 있다고 생각 하고요.
당장 해결하기 너무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해도 그중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시작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레오도 처음에 소방관의 문제는 너무 크니까 그리고 공상 불승인의 문제는 너무 복잡하니까 라는
이유를 댔다면 지금 사회는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을 것이고 레오 또한 없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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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우트 384호에서 보기
http://www.pentabreed.com/newsletter/newsletter382.ht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