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는 많은 구호단체가 있지만, 후원 방법은 여전히 전화, 온라인 또는 오프라인 프로모션을 통해 진행되는 편이다. 본인 정보와 카드 번호까지 제공해야 하는 가입절차도 번거롭거니와 기부의 쓰임에 대해서는 단지 홈페이지나 책자로 스스로 파악해야 한다. 이와는 좀 다른, 이해하기 쉬울뿐더러 재미있기까지 한 기부 사례를 소개한다.

 
 

빵을 잘라주고, 밧줄을 풀어주는 THE SOCIAL SWIPE 

인종, 종교, 국적에 상관없이 전 세계의 빈곤과 가난을 퇴치하고 소외되고 고통받는 사람들을 돕기 위한 독일의 비영리 단체인 미제레오르(MISEREOR)는 꾸준히 새로운 기부방법을 선보이고 있다. 

미제레오르는 기부금의 쓰임새를 보여주면서, 그 자리에서 기부도 가능한 인터랙티브 디지털 디스플레이를 암스테르담과 함부르크 국제 공항에 설치했다. 화면에는 빵 또는 밧줄에 묶인 손이 보이고, 중앙에는 세로로 신용카드를 긁을 수 있는 틈이 있다. 그 틈새로 사용자가 신용카드를 통과시키면, 화면 속의 빵 한 조각이 잘리고 누군가의 손이 등장에 빵을 가져가거나, 밧줄에 묶인 손이 자유로워진다. 사용자가 신용카드를 긁는 순간 2유로가 기부되고, 화면을 통해 어떻게 사용자의 기부금이 사용되는지, 누군가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기부한 동전으로 완성되는 페이퍼 애니메이션 ‘THE POWER OF COIN’

사용자가 동전을 넣으면 동전이 박스 처음부터 아래까지 굴러 내려가면서 페이퍼아트와 연결되며 애니메이션을 보여준다. 기부된 동전이 굴러가며 병원과 학교가 설립되고, 우물과 나무가 세워지며, 집에 전기가 들어오는 등 페이퍼 애니메이션은 기부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동전의 움직임을 통해 완성되므로 사용자에게 당신의 동전 하나가 얼마나 많은 일을 할 수 있는지 알려주는 셈이다. 마지막에는 기부자의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려, 온라인으로 간접체험도 가능하게 한다. 사용자에게 기부의 행복함을 전달하고, 기부한 동전의 쓰임까지 직관적으로 알려주는 좋은 사례다.

 
 
 

두 가지 기부방법은 쉽고 재미있다.

카드를 통과시켜 빵을 잘라 나눠주는 인터랙션, 동전이 굴러가면서 완성되는 페이퍼 애니메이션은 기부의 목적을 갖지 않은 사람들도 시도해보고 싶을 정도로 흥미롭다. 필자는 인터랙션을 경험해 보고자 신용카드를 꺼내거나 동전을 넣어볼지 모른다. 인터랙션의 흥미 요소가 기부를 이끌어 내고, 후원의 내용을 알려서 지속적인 후원을 유도하는 것이다.

대부분 후원에 대한 프로모션 내용은 어렵고 무겁다. 그러나 내용이 무겁다고 해서 후원의 방법까지 심각해질 필요는 없다. 기부 참여는 즐겁고 행복해야 한다. 굶어 죽어가는 아이들, 집이 없는 사람들의 삶을 담은 영상을 보여주며 후원을 요청하기보다는, 후원에 참여했을 때 기부자와 기부를 받는 이들이 어떻게 행복을 함께할 수 있는지, 체험을 통해 프로모션 하는 것은 어떨까.

지속 가능한 후원, 후원에 대한 적극적인 참여, 행복한 후원을 단순한 온·오프라인 광고나 거리의 도우미들, 전화 안내 요원에 기대하기는 어렵다. 기부의 현장 속에서 직관적인 인터랙션을 통해 감동적인 체험을 주어 참된 기부의 행복을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직관적 체험’이라는 인터랙션 미디어의 장점을 아름다운 후원문화에 활용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