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PT, Claude, Gemini. 그동안 AI 경쟁을 바라보는 우리의 관심은 주로 “어떤 AI가 가장 똑똑한가?”에 집중되어 있었다.

새로운 모델이 등장할 때마다 글쓰기, 코딩, 추론 능력을 비교했고 AI 기업들도 더 뛰어난 모델을 만들기 위해 경쟁해왔다.

그런데 AI가 발전하면서 또 하나의 중요한 경쟁이 나타나고 있다. 바로 데이터다.

아무리 뛰어난 AI를 만들어도 학습하고 판단할 수 있는 좋은 데이터가 없다면 AI가 가진 능력을 제대로 활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AI에게 데이터를 만들어 파는 회사

 

미국의 데이터 엔지니어링 기업 이노데이터(Innodata)는 AI 기업에 필요한 데이터를 만들고 가공하고 평가하는 일을 한다.

단순히 인터넷에 있는 데이터를 모아서 전달하는 것이 아니다.

AI 학습에 필요한 데이터를 만들고, 사람이 결과를 검증하고, AI가 얼마나 정확하고 안전하게 답하는지 평가하는 작업까지 수행한다.

회사는 주요 AI 연구소와 빅테크 기업들을 고객으로 두고 있으며, 이른바 미국의 주요 빅테크 기업인 ‘매그니피센트 7’ 가운데 5곳과 일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노데이터의 2025년 매출은 약 2억5,170만 달러로 전년보다 약 48% 증가했다.

AI 모델이 발전하고 있는데도 역설적으로 AI에게 필요한 데이터를 전문적으로 만드는 기업의 사업 역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좋은 AI가 있다고 해서 좋은 데이터가 저절로 생기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기사출처: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8655133

 

이제 설거지하는 모습도 데이터가 된다

 

더 흥미로운 변화는 우리의 일상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2026년에는 사람들이 스마트폰이나 카메라를 착용하고 설거지를 하고, 빨래를 개고, 음식을 만드는 모습을 촬영해 AI 학습용 데이터로 제공하고 돈을 받는 사례까지 등장했다.

왜 기업들은 누군가가 설거지하는 영상에 돈을 지불할까?

로봇에게는 우리가 너무나 당연하게 하는 행동조차 데이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컵을 잡는 방법, 접시를 돌려가며 닦는 방법, 옷의 양쪽 끝을 잡아 접는 순서처럼 사람에게는 자연스러운 행동도 로봇에게는 배워야 할 정보다.

인터넷에는 글과 사진이 넘쳐나지만, 사람의 손이 실제 세상에서 어떻게 움직이고 행동하는지를 보여주는 데이터는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누군가에게는 평범한 집안일이지만 AI를 만드는 기업에는 돈을 주고서라도 확보하고 싶은 학습 데이터가 되는 것이다.

내가 매일 하는 일도 누군가에게는 없는 데이터다

여기서 재미있는 질문을 하나 해볼 수 있다.

우리가 매일 반복하고 있는 업무에도 이런 데이터가 숨어 있지 않을까?

공장에서 20년 동안 기계를 다룬 사람은 기계의 작은 소리나 진동만으로도 이상을 알아차릴 수 있다.

숙련된 요리사는 음식의 색과 냄새만 보고도 다음에 무엇을 해야 하는지 판단한다.

영업 담당자는 고객의 몇 마디만 듣고도 어떤 설명을 먼저 해야 하는지 경험적으로 알고 있을 수 있다.

회사에서도 마찬가지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어떤 순서로 확인하는지, 고객의 요청 가운데 무엇을 먼저 처리하는지, 어떤 결과가 나오면 다시 작업해야 하는지처럼 문서에는 없지만 사람들이 경험으로 알고 있는 수많은 판단이 존재한다.

지금까지 우리는 이것을 주로 ‘경험’이나 ‘노하우’라고 불렀다.

하지만 AI의 관점에서 보면 이것 역시 매우 중요한 데이터가 될 수 있다.

인터넷에 없는 데이터의 가치

AI가 인터넷의 수많은 정보를 학습했다고 해서 세상의 모든 것을 알고 있는 것은 아니다.

특히 현장의 경험은 인터넷에 존재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앞으로 AI가 사무실을 넘어 공장, 병원, 매장, 물류센터, 가정 등 현실 세계로 들어올수록 이런 데이터가 더욱 필요해질 수 있다.

AI에게 이미 존재하는 인터넷 데이터를 한 번 더 제공하는 것보다,

AI가 아직 보지 못한 현장의 행동과 판단을 데이터로 만드는 것.

그것이 더 큰 가치를 가지는 분야도 생겨날 수 있다.

그래서 AI 시대에는 우리가 가진 데이터를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질 필요가 있다.

“나는 AI에 대해 잘 모른다”가 아니라,

“내가 매일 하고 있는 일 가운데 AI가 모르는 것은 무엇일까?”

라는 질문이다.

누군가의 설거지가 로봇을 학습시키는 데이터가 되는 시대라면, 우리가 각자의 자리에서 수년 동안 쌓아온 업무 방식과 경험 역시 AI가 쉽게 얻을 수 없는 데이터일 수 있다.

AI 시대의 중요한 자산은 반드시 새로운 기술에서만 만들어지는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

우리가 너무 익숙해서 가치가 없다고 생각했던 경험 속에, 오히려 AI가 가장 필요로 하는 데이터가 숨어 있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