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er : 신예림
interviewee : 이동연
월간 Web에 약 3년 동안 기고를 하셨다는 말씀을 들었습니다.
네. 월간 Web에 웹사이트 클로즈업이라는 코너가 있습니다. 소개하고 싶은 해외 웹사이트를 골라서, 소개하고 싶은 이유와 함께 보고 생각할 수 있는 내용의 원고를 썼습니다. 격월로 쓰는 원고인데도 늘 마감시간에 촉박해서 원고를 전달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디자인을 시작하신 건 언제부터 이신가요?
2001년도부터 시작했어요.
10여년이 넘는 시간동안 디자인을 하셨다면 전문가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겠네요. UX를 주제로 강의를 하신 이유도 전문가니까 하신 건가요?
그렇지는 않아요. 전문가라는 말이 되게 상대적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대상에 따라 누구에게는 전문가 일 수 있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배울 것이 한참 남은 부족한 사람 아닐까요?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아직 배울것들이 훨씬 많은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겸손하시네요.
겸손한 것보다는 우리 업계가 빨리 변하잖아요. 전문가라는 이야기가 우리 업계에서는 조금은 다른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서 디자인 영역의 타이포그래피에 대해서는 대가 또는 전문가라고 말할 수 있는 분들이 계시잖아요. 그런데 UX 전문가다? 어떤 IT 분야에 전문가다? 라고 하는 것은 대단히 상대적인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다루는 분야도 자꾸만 넓어지고 새로운 개념도 계속적으로 생기기 때문이죠. 처음 디자인을 할 때에는 UX라는 단어를 이렇게 일반적이고 폭넓게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HCI*라는 학문적인 기반이 학계에서 자리를 잡아가는 그런 시기였습니다. 스마트폰이라는 이슈가 전세계를 강타하면서 자연스럽게 UX라는 말이 화두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기기와 인간 사이의 간격이 이전보다 훨씬 좁아지게 되었으니까요.
강의를 통해 전하고자 하셨던 의도가 무었이셨나요?
다시 생각해보자, 그리고 놓치지 말자는 생각으로 주제를 정하게 되었습니다. 현업에서 사용자와 사용성을 깊이 고민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아직까지도 UX를 담당하는 전문가들이 완벽하게 세팅되어 있지 않은 곳이 많다보니, 프로젝트를 리드하거나 기획 부분을 리드하는 분들의 개인적인 역량에 기대게 되는 경우가 많죠. 클라이언트와 프로젝트 초기에 인터뷰를 진행하더라도 그 내용이 요건에 대한 이야기가 대부분이구요. 결국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TF가 다같이 생각하지 않으면 사용자 경험이라는 부분은 이슈의 가장 뒤로 밀릴 수 밖에 없습니다.
강의 도입부가 참 인상 적이 였어요. “선생님, 선생님은 어떻게 그렇게 의자를 잘 만드세요? 저는 의자를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 앉는 것을 만드는 것입니다.”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 는 이야기가 있지요. 하지만, 현대의 소비자는 명확하게 규정된 기능과 그 기능에 따라서 만들어진 형태를, 사용자 스스로가 변형하거나 재규정하여 사용하고 있습니다. 아름다움이나 심미적인 가치가 에전과 달라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강의 도입부에서 나온 메시지는 세계적인 의자디자이너에게 질문한 내용과 그 답변입니다. 그 디자이너는 사람이 앉는 그 물체 또는 사물을 의자라고 규정하지 않았던 것이죠. 우리가 앉는 것이 모두 의자는 아니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본인이 의자 디자이너이긴 하지만 그것은 사람들이 자신을 부르는 말이지, 자신이 그것을 만들 때 입장은 다르다는 것을 이야기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디자인이라는 것 자체가 보고 느끼고 사용고 평가하는 거잖아요. 소개한 의자 디자이너의 관점에서 UX에 대한 접근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하는 생각에서 말씀드리게 되었습니다. 예를 들어서 앉는 무언가를 만드는데 누가 앉는 것인지를 모르면 편안하고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만들 수 있을까요?
Frank Zappa*의 노래가사도 기억에 남아요. 'Information is not knowledge, Knowledge is not wisdom, Wisdom is not truth, Truth is not beauty, Beauty is not love, Love is not music, And Music is THE BEST.' 그런데 이 가사가 UX와 무슨 관련이 있는 건가요?
어떻게 보면 그냥 단순하고 장난스러운 이야기 입니다만, 한 음악가가 음악이 최고다 라는 결론을 내리는 단계가 인상적인거죠. 관찰과 측정을 통해 결과를 만들고, 그 결과들이 모여서 다른 무엇이 되고, 가치가 한 단계 높아질 때 마다 정보는 어떤 수준이나 가치와 같이 올라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그런 모든 것들이 모여 지혜가 되는 것이죠. 문제를 발견하는 것은 쉽지만,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항상 어렵죠. 사용자의 경험과 관련된 문제라면 더욱 그렇지 않을까요? 과정이 필요합니다. 해결하는 과정속에 사용자에게 가까이 다가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힌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사실 참 어려운 일을 하고 있어요. 기존의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야하기 때문이죠. 논리적으로 무언가 정확하게 맞거나 하는 것보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단계를 밟고 그 단계별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이 우리가 해야하는 일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어느 누가 갑자기 냄비받침을 주고‘이 냄비받침에 어떤 문제가 있는 것 같니? 바로 얘기해줘.’라고 얘기 할 때와‘이 냄비받침에는 분명히 문제가 있어. 우리 같이 고민 해보자.’라고 하면서 시간을 두고 생각할때와는 그 고민의 내용과 수준이 달라질 것 입니다. 단계를 잘 밟아나가려면 시간이 함께 필요하다는 것이죠. 프랭크 자파가 이야기 했던 것들은 이해에 대한 내용보다는 생각해보고 느끼자는 부분으로 소개한 내용입니다. 각자각자 진행하고 있는 전문 분야에게 스스로에게 여러가지 질문들이 던져지기를 바랐던 것도 있구요.
일반적으로 웹에서 쓰는 기본적인 UI들이 있잖아요. 회원기반 서비스를 진행하는 웹사이트에는 대부분 회원가입페이지가 필요하죠. 그런데, 너무 일반적인 페이지라고 생각하고 진지하게 고민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이 있는 것 같아요. 물론, 아무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어떻게 보면 조금더 개선되고 좋아질 수 있는 요소들이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어요. 우리가 어떻게 하면 어떤 부분을 개선할 수 있을까? 이런 부분을 얘기하기 시작하면 당연히 결과물들이 좋아질거예요. 무관심하고 무책임하면 전문가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강의 내용 중에 네이버 검색 화면이 변화하는 히스토리를 이야기 해주시는 부분에서 궁금한 대목이 있어요. 네이버에서 ‘호랑이를 영어로’ 라는 키워드로 검색을 하면 (과거 시간 순으로) 첫 번째는 어학사전에서 호랑이가 검색되는 부분이었고, 두 번째는 어린이 영어사전에서 검색되어 호랑이 일러스트 그림과 tiger라는 단어가 크게 보여졌습니다. 세 번째인 요즘 검색화면에는 상단에 어학사전 에서 호랑이가 검색되면서 아래 번역기가 나오는 형태로 되어있어요. 처음 5분 생각했을 땐 두 번째 검색되는 형태가 맞다고 생각했습니다. 호랑이의 단어를 검색하는 사용자는 어린이라고 생각했던 거죠. 그런데 조금 더 깊게 생각해보니 요즘 어린이들이‘호랑이를 영어로’라는 한글로 검색할 수 있을 정도면 tiger라는 영어단어도 당연 알 듯 합니다. 그래서, 그 이후의 형태로는 사업적인 측면까지를 고려해서 번역기를 넣을 것일까요?
빅데이터 이야기를 잠깐 해야할 것 같습니다. 빅데이터의 의미 자체가‘데이터가 많아요.’가 아니잖아요. 수 많은 데이터 중에서 어떤 지표를 뽑고, 또 그걸 가지고 사용자에게 무엇을 줄 것 이냐는 것이 핵심이죠. 그러한 관점에서 포털 사이트들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국내 포털의 검색은 해외의 검색 기반 서비스 회사와는 차이가 조금 있는 것 같습니다. 네이버는 검색결과를 품고 있는 검색엔진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네이버가 사용자에게 사업적으로 의도한 검색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하고, 이러한 결과가 네이버가의 사업전략에도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검색 사용자의 타겟과 그 타겟에 맞는 검색결과가 네이버의 주요한 사업 전략인 것 같습니다.
단어 하나의 검색결과에 따른 정확도에서는 충분히 다른 사이트에서도 제공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러한 상황에서 네이버는 그들의 검색 결과를 차별화하고 싶은거죠. 네이버의 검색결과에 그래픽요소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는데, 그러한 노력들이 차별화에 의도적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Tiger를 검색한다는 것은 궁금하다는 거 잖아요. ‘호랑이를 영어로’ 라는 단어로 검색했다면 한국어를 읽고 표현할 수 있을 정도의 언어적 수준을 사용자는 가지고 있는 어린 연령의 사용자라는 것이죠. 그렇다면, 듣고 따라 할 수 있는 교육적인 효과를 번역기를 통해서 만들어내고 싶은 것이 아닐까 싶어요. 사용자의 패턴을 철저하게 분석해서 서비스와 정교하게 묶은 결과죠.
그럼 사용자마다 검색결과가 달라진다는 뜻인가요?
검색결과가 달라지지는 않겠죠. 대신 검색을 했을 때 내용들이 달라지겠죠. 사실 타이거를 검색했을 때 스펠링이 맞나 검색하는 경우들도 있잖아요. 예를 들면 비즈니스 이런 단어들은 스펠이 헷갈리는 경우가 많아서 검색하는 경우가 종종 있잖아요. 이렇게 단어 성격이나 수준에 따라서 조금씩 다른 결과를 보여주는 것 같아요.
이번 강의에서 가장 말하고 싶었던 부분이 있으셨나요?
일단은 우리가 가볍게 생각해보자 하는 내용으로 장표를 만든 것 인데, 가장 의미 있었던 부분은 2가지가 있었어요.
첫 번째는 디자이스의 카테고리가 변화하는 부분 입니다. 스마트와치의 경우 디바이스 카테고리에서 패션으로 변화하고 있는데요. 창의적이고 새로운 기술이 발전하고, 다양한 산업 부분에서 그것을 활용하면서 대중에게 크게 어필할 수 있는 시간은 의외로 길다는 부분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개념’이라는 것이 일반화되서 많은 사람들이 그것의 Needs를 느끼게 되기까지의 시간이 길다면, 위의 내용처럼 카테고리가 변화될 수 있도 있는 것이죠. 제품의 임펙트 보다는 제품을 선보이는 타이밍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물인터넷*과 관련해서 많은 회사들이 프로토타입을 만들고 있자만, 당장 대단한 무엇인가가 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트랜드를 만들어내기 위한 노력을 하는 것이죠. 신기하기만 한 그런 상품은 많이 팔리지 않아요. 그런 제품은 대중에게 매력적이지 않다는 뜻이죠. 경제적인 가치와 바꿀 정도의 매력이 없으면 대중은 깊이있는 관심을 주지 않습니다. 대중적 매력이 있는 무엇이 만들어지기 전에는 모두 프로토타입이라고 생각해요. PDA와 스마트폰의 차이가 그런 것 아닐까요?
두 번째는 리캡챠* 에요. 캡챠*는 우리가 항상 하고 있던 프로세스 중에 단순하고 작은 한 부분이에요. 심지어 우리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그것을 사용해보았죠. 하지만, 우리는 구글의 구텐베르크 프로젝트에 기여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런 부분을 고려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드는거죠. 우리가 하는 그런 종류의 페이지들이 많이 있어요. 아는 사람들한테는 쉬운데 모르는 사람한테는 어려운 것들. 그런 것을 접하고 할 때 사용자가 원하는 수준에 무언가를 맞춰줄 수 는 있는데 그게 굉장히 번거롭고,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만 할 때 리캡챠 같은 것들이 빛을 발한다고 생각해요. 모두가 함께만드는 새로운 형태의 지혜죠.
그럼 이번 강의에서 미쳐 하지 못했던 이야기가 있으신가요?
하지 못했던 이야기보다 같이 하고 싶은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각 전문분야에서 UX 관점에서의 이론을 베이스에 두고 깊이 있는 이야기를 해야 된다고 생각했어요. 사용성을 평가하고 수치화하는 부분이나, 모델링을 하는 기법 등의 방법론적 관점에서 이야기를 깊이 나누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됩니다.‘필요가 있는 것은 아는데 그걸 언제 해?’라는 것은 절실하게 느끼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정말 필요하다고 느끼면 어떻게든 해야하지 않을까요? 그런 이야기들을 자주 나누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 HCI
Human Computer Interaction: 휴먼 컴퓨터 인터렉션: 인간과 컴퓨터간의 상호작용에 관한 연구.
* Frank Zappa
프랭크 자파: 미국의 작곡가 겸 기타 연주자. 머더스 오브 인벤션이라는 밴드를 결성하여 활동하며 비틀즈에 영향을 주기도 했다.
* 사물인터넷
인터넷을 기반으로 모든 사물을 연결하여 사람과 사물, 사물과 사물 간의 정보를 상호 소통하는 지능형 기술 및 서비스.
* 리캡챠
reCAPTCHA: 고서를 디지털 문서화 하는 과정에서 컴퓨터가 읽어내지 못하는 문자를 캡챠라는 기존의 자동 가입 방지 기능을 이용해 입력하는 방식.
* 캡챠
CAPTCHA: 컴퓨터 사용자가 사람인지를 판단하기 위해 사용되는 일종의 테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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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oss Movement Group
Integrated Marketing BU
이동연 책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