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유튜브에서 한 뉴스를 봤다. 어떤 회사가 면접자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다.
‘AI 대신 당신을 뽑아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과연 어떤 대답이 적절했을까. 유튜브 댓글에는 ‘저는 전기를 덜 먹습니다.’라든가, ‘저는 축의금과 조의금을 낼 수 있습니다.’라는 식의 웃픈 댓글이 달려 있다.
인간과 AI의 차이점이 뭔지 곰곰이 생각해 봤다. AI에게는 감정이 없다든가, 현실을 살아가는 주체가 아니므로 실체적인 경험을 하지 못하는 등 여러 가지가 있다. 그러나 이러한 것들은 지나치게 심오하고 다루기 어려운 주제이므로, 조금 더 간단명료하게 생각해 보려고 한다.
AI는 ‘엉뚱한 생각’을 할 수 있을까?
1. 우울증에 걸린 로봇
영화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에는 마빈이라는 로봇이 나온다. 이 로봇은 우울증에 걸려서 시종일관 기운이 없다. 재미있는 설정이지만, 현실에서 우울증에 걸린 로봇을 양산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효율’이라는 목적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엉뚱한 생각을 하는 AI도 상상하기 어렵다. 사람이 일을 시켰는데 엉뚱한 생각에 사로잡힌 AI, 그래서 5분 정도 농땡이를 피우다 느긋하게 작업을 시작하는 AI를 만들 필요가 있을까? 세계의 내로라하는 빅테크들은 트레이드 오프 관계인 정확도와 속도를 극대화하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다. AI의 목적은 결과물을 빠르고 정확하게 주는 것이다.
만약 뉴스에서 나온 질문을 AI에게 던지면, AI는 인간과 AI의 차이점에 대답할 수 있는 모든 데이터를 수집한 뒤, 그것들을 종합하여 대답할 것이다. 나는 그런 대답보다 ‘저는 전기를 덜 먹습니다’라는 댓글이 더 마음에 든다. 그 문장은 나와 내 또래가 뉴스를 접하고 느꼈을 황당함, 분노, 허탈함을 위로해 준다. 진지한 위로보다는 위로의 형식을 띠지 않는 유머가 더 진실한 위로처럼 느껴진다.
2. 고민의 과정
‘효율’만 놓고 보면, AI가 사람보다 뛰어날지 모른다. 하지만 사람은 AI보다 훨씬 유연한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다. 가령 어떤 회사에서 마케팅해야 한다고 치자. AI는 그 회사의 데이터들을 샅샅이 살펴보고, 동종 업계 및 경쟁사의 데이터도 살펴본 다음, 최적의 마케팅 방법을 제시할 것이다.
사람도 회사의 데이터에서 인사이트를 도출하겠지만, 그 수많은 데이터를 동시에 고려하거나 기억할 수 없다. 대신 사람에게는 현실을 살아가며 쌓인 경험들이 있다. 언젠가 스쳐본 SNS 게시물, 유튜브 영상의 한 장면, 누군가와 나누었던 대화 등이 뒤죽박죽 섞인 채 기억 어딘가에 남아 있다.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기억들이 떠오르고, 조합된다. 고민의 과정이 이어지다 보면, 어느 순간 엉뚱한 생각이 완성된다. 그것은 단순히 데이터를 조합한 결과라기보다, 지금 이 시대를 직접 살아가는 사람이 현실에서 건져 올린 감각에 가깝다. 이러한 엉뚱한 생각은 때때로 AI의 정교한 답변보다 더 생생한 방향을 제시한다
마무리
AI가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대답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언젠가는 사람의 ‘엉뚱한 생각’마저 그럴듯하게 흉내 낼지도 모른다. 그러나 엉뚱한 생각은 단순한 예상 밖의 문장을 내놓는 일이 아니다. 현실을 살아가며 느낀 감정과 기억, 쓸모없어 보였던 기억들이 뒤섞이다가 어느 순간 툭 튀어나오는 것에 가깝다.
나는 인간에게 남은 강점을 거창한 능력에서 찾기보다, 이런 엉뚱함에서 찾고 싶다. 느리고, 비효율적이며, 가끔은 이상한 길로 새지만, 그 과정에서 AI가 도착하지 못하는, 도착한 적 없는 생각에 가닿을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