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시절, 예비 디자이너들이 희망하는 회사 조사에서 '안그라픽스(편집디자인 회사)'가 1등으로 선정되었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15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인쇄 매체는 주요 마케팅 도구였습니다. 그러나, 디지털 매체의 발전으로 인쇄 매체의 역할은 점차 줄어들었습니다. 현재는 대부분의 마케팅 활동이 디지털 매체로 이동하며, 인쇄 매체는 일부 예외를 제외하고는 그 중요성을 크게 잃었습니다. 변화의 변곡점에서 어떤 현상이 일어났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인쇄 매체에서 디지털 매체로 

15년 전, 대학을 졸업하고 편집 디자이너로 처음 사회생활을 시작했습니다. 당시 기업들은 사보와 에뉴얼리포트와 같은 인쇄 매체를 주로 홍보에 활용했습니다. 스티브 잡스가 태블릿을 들고나오기 전까지 말이죠. 스마트폰과 태블릿이 보급되기 전까지는 인쇄 매체가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이후 디지털 기기의 보급으로 인쇄 매체의 중요성은 감소하게 되었습니다. 이 변화를 경험하며 인쇄 업체들은 디지털 시대에 적응하기 위해 '디지털 매거진'이라는 디지털 플랫폼에 맞는 형태의 콘텐츠를 제작하기 시작했습니다. 디지털 매거진의 첫 반응은 신기했습니다. 터치가 가능하고 인터렉션이 되는 매거진, 사용자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했습니다. 하지만, 그 신기함은 오래 가지 못했습니다. 인쇄 매체의 형태를 그대로 디지털로 옮긴 것에 불편함이 드러나기 시작했죠. 디지털 매체에 최적화 되지 못한 한계점이 있었습니다. 그 시점에, 디지털에 최적화 된 소셜 미디어 플랫폼에게 그 자리를 내줘야 했습니다.

 



디지털 매체에서 AI로

최근 몇 년간, SNS가 기업의 주요 홍보 매체로 자리 잡은 가운데 새로운 변곡점이 다시 찾아왔습니다. AI 기술의 등장으로 인해 콘텐츠 제작과 마케팅 방법론에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AI는 예전에는 며칠 동안 만들어내던 키 비주얼을 클릭 한 번에 생성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런 놀라움은 인쇄 매체에서 디지털로 변곡점으로 넘어갈 때 느꼈던 모습과 유사합니다. AI로 만들어 낸 이미지는 더욱더 ‘AI스러워야 한다’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연출하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AI로 만들어 낸 이미지입니다’라는 문구로 마케팅 하고 있죠. 아직은 AI가 과도기에 있다는 것을 반증 해주는 증거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출처: 삼성생명, AI로 만든 최초의 광고, 삼성생명 브랜드 캠페인. 하단에 ‘이 광고의 모든 이미지와 배경음악은 AI로 생성되었습니다’라는 문구가 삽입되어 있다) 

 

AI가 등장한 후, 이 분야에서 일하는 친구들과 함께 "우리 자리가 없어지는 거 아니야?"라는 장난을 주고받기도 했습니다. AI가 발전해 인간과 유사한 능력을 갖추게 되면, 마케터나 디자이너들의 역할이 줄어들 수 있음에 대한 우려도 있습니다. 하지만, 과거의 변곡점(인쇄 매체에서 디지털 매체로)을 지나보니, 변하지 않고 계속되는 것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부분이 앞으로도 지속되지 않을까 합니다. 인간을 공감하는 이해력과 기획력. 그런 것들을 갖추고 있다면, AI라는 툴과 공존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어 내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