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향이 나는 비누. 회오리 모양의 아이스크림. 아카시아 냄새가 나는 껌. 상품마다 사람들에게 각인되는 이미지가 있다. TVCF 같은 광고매체를 통해 브랜딩되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상품을 마주하는 사람들의 추억과 생활을 거쳐 그 상품의 진정한 이미지가 결정된다. 주말에 다운받아 놓은 미드를 보면서 마시는 맥주 한잔의 여유, 한여름밤 친구들과의 맥주파티. 맥주라는 단어에서 이미 행복함이 느껴지는 이유는 맥주의 시원한 맛보다는 그 여유로움 혹은 광란의 분위기에서 오는 것이리라. 이번호에서는 맥주의 맛. 그 이상의 가치를 제공하는 프리미엄 서비스를 선보인 사례를 소개한다.

 

 

 

Grolsch ‘Movie Unlocker’

러시아에서는 ‘영화와 함께 즐기는 맥주’의 행복을 극대화시키는 사례를 선보였다. 인터넷으로 영화를 다운받으려면 신용카드나 모바일 결제를 해야 하는 과정을 거친다. 참으로 당연한 과정이지만 참으로 번거로운 것도 사실이다. 앱 개발사인 Heads and Hands의 CEO도 필자와 같은 일반인의 고충을 느꼈을 것. 그가 개발한 Grolsch 맥주를 구매했다면, 이제 그런 고충 따위 느낄 필요가 없다. Grolsch와 함께 영화를 보며 여유를 만끽하는 법을 알아보자.

첫째, Grolsch를 한 병 사서 냉장고에 넣어둔다(여러 병이면 더 좋겠다). 둘째, PC든 모바일이든 app(영화를 제공하는 Grolsch만의 앱으로 추정)을 내려받아, 보고 싶은 영화를 재생한다. 하지만, 영화를 보려면 잠금을 풀어야 한다. 셋째, 냉장고에서 시원한 Grolsch를 꺼내와, PC나 모바일에 살며시 접촉한다. 그러면 잠금이 해제되면서(Movie Unlocked) 영화를 볼 수 있다. 돈은 Grolsch가 지불한다. 우리는 맥주를 마시면서 영화를, 그 여유로움을 즐기면 된다. 신용카드 결제니 모바일 결제니 여유를 방해하는 번거로운 요소는 Grolsch 한 병이면 끝. Grolsch를 구입하는 그 순간부터 고객은 그야말로 영화+맥주의 완벽한 여유를 사게 되는 것이다.

맥주병을 PC나 모바일에 가져다 대었을 때, 영화가 자동으로 플레이되는 것에는 뚜껑에 그 비밀이 있다. 뚜껑에는 고유의 코드가 입력된 장치가 있어 PC나 모바일에 뚜껑이 가까이 접촉하면 코드를 인식하게 된다. 이는 블루투스 비콘을 통한 무선통신 기술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영상만으로는 어떠한 기술을 정확히 사용했는지 알 수 없으나, 블루투스 간의 통신을 통해 병뚜껑에서 주는 신호를 PC나 모바일에 내장된 블루투스에서 인식하여 해당 앱을 컨트롤(영화의 락 해제)하는 것으로 예측된다. 아직 Grolsch에 적용된 상용화 단계는 아니고, 기술 개발 단계라고 하지만, 이 영상만으로도 그 활용도를 생각해 볼 수 있다.

 
 
 

Strongbow ‘The World’s First Digital Bottle Cap’

Strongbow의 이벤트 사례는 맥주를 따는 그 순간의 판타스틱한 쾌감을 극대화한다. Strongbow의 병을 따는 순간 특별한 상황이 펼쳐지는 것. 맥주를 따는 순간, 신나는 음악이 흘러나오고, 깜깜했던 도시가 환하게 밝아지고, 나를 향해 축하의 폭죽이 터진다. 단지 맥주 한잔 마시려고 했을 뿐인데, 그 일상적인 행위가 특별함을 만든다. 이 Strongbow의 병뚜껑에도 무선통신기술의 비밀이 숨겨져 있다. 이벤트가 벌어지는 곳곳에는 RFID 리더가 설치되어 있고, 그 근처에서 병뚜껑을 따면 병뚜껑 안에 있던 RFID TAG가 인식되어 이벤트를 실행시키는 것이다. 두 장의 RFID TAG의 신호를 통해 병뚜껑을 열었는지 정확히 인식한다. 

두 가지 사례 모두, 맥주병으로 할 수 있는 간단한 행위를 특별한 브랜드 스토리에 연결해 사용자를 행복하게 만드는 인터랙티브 프로모션이다. Grolsch의 경우는 완벽한 여유를 사기 위해(공짜 영화를 보기 위해) 상품을 재구매할 것이고, Strongbow의 경우는 어떠한 특별한 이벤트가 내게 일어날지 기대하게 만들 것이다. 

더 다양한 가능성을 보여준다

무선통신 기술을 통해 실현된 이런 사례들은, 상용화되지 않았지만, 그 가능성을 보여준다. 현재 아이비콘을 필두로 개인 모바일을 이용한 무선통신 기반의 프로모션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블루투스 비콘은 먼저 성행했던 NFC방식의 무선기술이 초근접(10cm 이하)으로 접촉해야 통신이 가능했던 불편함을 보완할 수 있는 솔루션으로 50m 이내에서 사용이 가능하며, NFC 기능이 없는 스마트기기(블루투스내장)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어 활용도가 높다. 이렇게 발전된 무선통신 기술은 맞춤형 쇼핑정보를 제공하거나 가까운 상점의 쿠폰을 앱으로 푸시해주는 방법으로 마케팅에 활용되고 있으나, 그 또한 ‘일반적’ 방법이 되는 추세다. 아마 2~3년 안에 모두가 이 방식으로 정보를 사용자들에게 푸시한다면 그 역시 ‘스팸’이 되지 않을까.

이러한 기술의 발전을 언제까지 쿠폰을 날리는 것에만 사용할 것인가. 상품을 지속적으로 팔고, 이미지를 메이킹하기 위해서 새로운 방식으로 문화를 만들어 보자. 아니, 문화는 이미 형성되어 있으니 그들끼리 문화를 소비할 수 있는 커뮤니티를 만들어 주면 된다. Grolsch가 상품을 통해 그들의 고객에게만 영화의 lock을 해제해준 것처럼, Strongbow가 그들의 소비자에게만 특별한 이벤트를 선사한 것처럼 말이다. 같은 상품을 함께 소비하는 우리끼리, 우리가 좋아하는 콘텐츠를 마음껏 소비하면서 그 브랜드(상품)에 대한 친밀도와 신뢰도가 자연스럽게 높아지는 것이다.

예전에는 인터넷 주소를 제시하면서 “어디로 접속해보세요.”라는 광고문구가 많았다. 이제는 사물인터넷을 통해 그 상품 자체를 매개체로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사용자가 상품을 구매하고 사용하는 동시에 인터랙션을 통해 즐거움을 느끼게 됨으로써, 상품가치가 높아진다. 상품에 대한 이벤트에 참여하기 위해 온라인에 접속하는 번거로움은 사라질 것이다. 상품에서 신호를 보내면 모든 것이 응답할 수 있는 세상이다. 상품의 목소리를, 이미지를, 움직임을 전달하는 방법을 좀 더 다양하게 시도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