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과 지구의 간격
8분 30초는 태양에서 출발한 빛이 지구에
도착하는 시간입니다. 지금 우리가 고개만 들면 볼 수 있는 태양이 사실은 8분 30초나 지난 것이라는 말이죠.
네. 태양과 우리는 같은 순간을 살고 있지 않습니다. 우리가
하는 많은 고민, 갈등, 풀리지 않는 숙제들의 원인이 어쩌면
이 8분 30초 때문은 아닐까요? 이 순간 내 앞에 있는 연인에게 사랑한다고 고백하지만 상대가 내 말을 알아들을 때까지 8분 30초가 필요하고, 상대는
나에게 이미 사랑이 식었다고 말했는데 나는 8분 30초 후에
알게 되는 - 그리고 그런 방식의 이별이 후회였다는 것을 상대 또한 8분
30초가 지나서 알게 되는 - 그러게요. 우리의 모든 관계 속에는 이런 보이지 않는 8분 30초라는 간격이 분명히 존재합니다.
브랜드와 소비자의 간격
우리가 하는 일도 마찬가지입니다. 광고할 거리를 만들어서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마케팅이라는 행위를 하는 동안에도 시간은 째깍째깍 흐릅니다. 그리고 단언컨대 브랜드의 고백이 소비자의 마음에 전달될 때까지의 시간은 8분
30초 이상이 될 것입니다. 8분 30초가 아니라 캠페인 하나가 기획을 시작하여 소비자에게 다다를 때까지 혹은 간단한 웹사이트를 하나 만드는데도
83일이상이 걸립니다. SNS를 통해 매일 소비자와 커뮤니케이션
한다 해도, 말할 거리를 찾고 만들어 전달하는 일에 8분
30초가 아니라 8시간 30분
이상이 소요된다는 것을 모두 동의할 것입니다. 디지털 시대에서 8분 30초는 지루해 죽을 만큼의 긴 시간입니다. 어렵게 소비자에게 브랜드의 새로운 생각이 전달되더라도 이미 8분 30초를 훨씬 지난 낡아버린 요구와 고백이 되기에 (그 사이에 소비자는
새롭고 싱싱한 무엇을 찾았을 것이기에) 서운해도 소비자에게 변심의 죄를 물을 수 없습니다. 답답하지만 이 8분 30초의
문제를 물리학적으로 해결할 방법은 없습니다. 감정적으로 해결할 수도 없습니다. 8분 30초의 간격을 없애는 일은 하나님과 닥터 스트레인지만 해결이
가능한 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케팅과 브랜딩을 하는 사람은 이 문제를 해결해야만 밥을 먹고 삽니다. 어떤 방법이 있을까요? 도대체 어떤?
Contemporary Design
제가 발견한 해답은 이제부터는 시간을 디자인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브랜드와 소비자는 무엇보다 먼저 ‘시간의 동시성Contemporary’ 을 디자인하고 전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순식간이란 말도 부족합니다. 동시에 브랜드와 소비자가 주고받음을 경험해야 하는 ‘새로운 발명’이 필요한 것입니다. 더 이상 광장에 사람이 모이지 않는 시대입니다. 그래서 넓을廣 고할告, 광장과 신문에 커다란 현수막, 포스터 붙이고 소리지르면 소비자들이 반응했던 ‘광고’라는 개념은 이미 낡은 유산입니다. 더 이상 시장과 백화점에 버스 타고 나가서 물건을 사지 않는 시대입니다. 대신 365일 24시간 언제라도 네트워크에 접속하여 소비가 이루어집니다. 마켓이라는 시장의 연대도 과거의 유물이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마케팅도 낡아버린 (어쩌면 이젠 없어진) 단어입니다. 우리가 업의 본질이라고 믿으며 가장 많이 사용하는 광고와 마케팅이라는 개념은 이제 이론적으로는 이미 죽은 자식이 되어버렸습니다. ‘사실이 이론에 맞지 않으면, 사실을 바꿔라.’ 라고 아인슈타인은 말했습니다. 광고와 마케팅이 이미 사망선고를 받았으며, 어떤 방식의 커뮤니케이션으로도 8분 30초라는 간격이 있다는 것이 새 이론임을 이제 인정해야 합니다. 이론이 바뀌었기에 일을 하는 방식이 사실적으로 바뀌고 이 곤란한 문제를 해결해야만 밥을 먹습니다. 어떻게? 누가? 앤디 워홀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시간이 해결해준다고들 하지만, 실은 당신이 해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