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앙지앙. 매미가 운다. 여름의 절정이 내는 소리다. 매미의 울음이 그치면 그 나무에서는 이제 열매 익는 소리가 들린다. 그러면 비로소 가을의 시작이다. 이것은 수 만년 동안 이어져 온 계절의 루틴이다. 여름은 밖이다. 누구의 몸에도 여름에만 타인에게 노출하게 되는 깊은 살이 있다. 누구의 관계에도 익숙한 사람들 밖으로 떠나보고 싶은 욕망이 있다. 그래서 누구의 삶에도 여름은 어느 밖으로라도 나가야 하는 유혹이다. 그 밖에서 우리는 여름의 하루를 산다. 올해도 살았다. 어느 해보다 뜨거운 밖이었다. 하지만 매미는 울었고 이제는 안으로 다시 돌아올 시간이다. 그래서 가을은 안이다.
다시 집 안, 옷 안, 사람 안으로. 가을은 안을 허락하는 계절이다. 밖과 달리 안은 안전한 시간과 공간이다. 이제는 안으로 돌아가서 여름의 땀과 시간을 씻어야 한다. 여름을 씻고 나오면 가을은 물어올 것이다. 이젠 너의 안에 있는 것으로 이야기를 나눠보자고. 함께 햅쌀로 지은 밥을 먹고, 단 사과를 베어 물면서, 가을과 나의 이야기는 이어질 것이다. 안전한 시간 속에서 천천히. 아주 천천히 말이다. 그리고 뜨겁지만 지루했던 나의 긴긴 여름 이야기를 들어준 가을은 까비르Kabir의 문장을 빌려 내게 조언해 줄 것이다. "모든 관념을 멀리하라. 어서 그대 자신과 마주서라. 가슴이여, 내 가슴이여. 이제부터는 어느 곳으로도 가지 말아라." 라고. 밖에 있는 여름과는 이미 헤어졌기에, 오늘부터는 이 녀석의 안에서 살아야 한다. 그래서 - 새빨간 거짓말이 되겠지만 - 이제부터는 어느 밖으로도 나가지 않고 너의 안에 있겠다고 가을에게 대답해줘야 하는 시간이다.
샤우트 342호에서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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