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스 해리스는 소설 <양들의 침묵>으로 ‘한니발 렉터’라는 무시무시한 양 한 마리를 세상에 선보인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양을 둘러싼 모험>을 통해 양sheep을 절대적이며 어두운 권력의 상징으로 묘사한다. 하루키의 양은 어둠 속에서 사람의 정신에 기생하며 살아간다. (개인적으로 나는 이 책을 읽은 후에 비로소 하루키에 매료되었다.) 양들의 침묵과 하루키의 소설을 말한 이유는 (단순하게도) ‘양을 이야기하고 싶어서’다. 두 작품의 양들은 우리가 상식적으로 보고, 생각하는 순진한 양과는 거리가 있다. 이효리로 대표되는 79년생 양띠들은 어떨지 모르지만, 오늘 소개하려고 하는 55년생 양띠에는 확실히 ‘양답지 않은 양’ 3인방이 있었다. ‘빌 게이츠, 스티브 잡스, 그리고 팀 버너스 리’ 양띠 동갑내기들이다. 그들은 양답지 않은 외침으로 새로운 시대와 달라진 세상을 열어냈다는 공통점이 있다. 양을 순진하게만 보지 마라.

 
 

빌 게이츠는 새로운 시대를 여는 문Gate 이었다.

우선 빌 게이츠(Bill Gates). 아마도 지구인 중 80%는 그의 이름을 알 것이고, 그중의 80%는 그가 만들어 놓은 유리창(Window)을 열며 하루를 시작할 것이다. 사람들은 그가 만든 노트(word)로 하루를 계획하고, 그의 가계부(Excel)로 재정상태를 점검한다. 가끔은 지뢰 찾기로 여가를 보내기도 한다. 이런 삶은 과거와는 완전히 다른 하루다. 20년 전에는 누구도 그렇게 살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누구나 빌 게이츠가 만든 문(Gate)을 열고, 닫으면서 하루를 산다.

스티브 잡스는 새로운 직업들(Jobs)을 만들었다. 

스티브 잡스(Steve Jobs). 아마 이제는 외계인들도 그의 이름을 알 것이다. 아마 싸이톨로지 같은 종교가 더 많이 생긴다면 그는 언젠가 ‘신’으로 불릴지도 모른다. 모두가 익히 알고 있는 것처럼 스티브는 분명히 매킨토시와 토이스토리와 아이폰을 만들었고, 제록스로부터 미키마우스보다 더 중요한 쥐 한 마리(마우스)를 훔쳐 우리에게 선물했다. 하지만 그보다 더 대단한 것은 우리에게 새 직업을 만들어 주었다는 것이다. 그래픽 디자이너들은 종이에서 모니터로 화판을 옮길 수 있었고, 아티스트들은 극장이 아닌 스마트폰이 무대가 되었다. 그리고 골방에 숨어있던 프로그래머들은 백만장자가 되었다. 스티브 잡스를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직업(Job)을 만들어낸 인물이라고 말해도 나는 과장은 아니라고 믿는다.

팀 버너스 리는 아예 ‘새로운 지구’를 만들었다. 

2012년 런던올림픽 개막식은 영국을 대표하는 역사적인 인물들을 중심으로 구성되었다. 셰익스피어, 윈스턴 처칠, 비틀즈, 엘튼 존 등…… 그런데 개막식의 하이라이트에서 소개한 인물은 존 레논이 아닌 그냥 작은 집에서 컴퓨터 키보드를 두들기고 있던 ‘팀 버너스 리’였다. 빌 게이츠가 새로운 하루를 만들고, 스티브 잡스가 우리에게 직업을 선물했다면, 팀 버너스 리는 아예 새로운 세계를 만든 사람이다. 그는 월드 와이드 웹(www)이라는 ‘실존하는 새로운 차원과 공간’을 창조했고, 어쩌면 지구인들에게 HTML, HTTP 같은 ‘새로운 지구’를 하나 더 만들어 줬다고 볼 수 있다. 마치 하나님처럼.

 
 

내가 가야만, 그곳은 온다. 

우연이겠지만 이 세 사람은 1955년생 양띠 동갑내기들이다. 하지만 이 세 명의 양띠들이 세상을 바꿀 수 있었던(지금도 바꾸고 있는) 것은 결코 우연은 아닐 것이다. 그들은 남들보다 먼저 미래를 보았고, 미래를 확신했으며, 그 미래를 향해 먼저 걸었다. 대오의 선두에서 세 명의 양들은 침묵 대신 미래를 외쳤다. 그들이 걸어간 뒤로 미래와 대중은 뒤를 따르기 시작했다. 크리에이터가 되고 싶다고? 크리에이티브를 하고 싶다고? 공식은 간단하다. “남들이 보지 못한 것을 보아라. 본 것을 확신하라. 그리고 그 지점으로 걸어라.” 내가 가야만, 그곳은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