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첫 사랑 시대.’

결국 나정의 남편은 슈~레기였다. 이 결말 앞에서 많은 시청자의 희비가 엇갈리긴 했을 테지만, 쳇. 그게 무슨 상관이람? 두 사람만 행복하면 된 거지. 안 그래? 칠봉이가 너무 불쌍하다고? 설마. 고아라 같은 여신이랑 첫사랑 연애담이라도 챙길 수 있다는 게 어딘가. 어쩌면 우리가 아쉬움으로 추억하는 것은 ‘이제보니 제법 쓸만했던 첫사랑의 상대’가 아니라 ‘사랑했을 때의 나’일지도 모른다. 그 밝고 예뻤던 나의 리즈시절 말이다. 누구에게나 그런 시절이 있다. 그리고 나이를 먹다 보면 오늘의 현실이 결코 그때보다 아름답지 못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첫사랑을 ‘너무나 아름답고 절실했고 모든 것을 불태워버린 개인의 신화’로 포장하는 법이다. 그래서 타인의 시선에서는 별것 아닌 평범한 여자와 남자일 뿐이지만, 나의 첫사랑만은 천사나 악마, 둘 중 하나가 되기 일쑤다. 이것이 보통사람들의 첫사랑 추억방법이라는 데 당신도 동의한다면, 아다치 미츠루는 정말 천재라고 불러야 하는 사람이다.

운동천재들과 어장관리녀의 만남

<드래곤볼>이나 <슬램덩크>는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한국인인 당신에게’ 아다치 미츠루는 생소한 이름일지 모른다. 한국인인 당신에게라는 단서를 붙인 이유는 그의 모국인 일본에서 아다치는 이현세나 허영만급의 국민 만화가이기 때문이다. 야구를 다룬 <터치>, 수영을 다른 <러프>, 권투를 다룬<카츠>, 그리고 또 야구선수들이 주인공인 "H2"까지 아다치의 만화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스포츠에 엄청난 재능을 가진 천재 소년 주인공과 그 소년을 쥐락펴락하는 놀라운 미모의 어장관리녀가 여자 주인공으로 등장한다는 점이다.

 
 

이 공식 덕분에 아다치의 작품들은 박진감 넘치는 스포츠 만화인 동시에 알콩달콩 로맨틱 순정물이 된다. 그 스토리의 뼈대 위에서 여백과 여운을 마법처럼 연출하며 아다치는 주인공들의 첫사랑을 진행시킨다. 만화가 영화와 다른 것은 컷과 컷 사이에 연결동작을 그려낼 수 없다는 것이지만, 아다치는 그 공백을 ‘보이지 않는 그림’으로 메꾼다. 그러면서 그가 그려내는 애정 심리묘사는 감히 누구도 따라갈 수 없는 경지다. 그 경지가 상상이 안 된다고? <응답하라 1994>가 좋은 사례다. 그 드라마를 쓴 이우정 작가는 아다치의 "H2"에서 모티브를 얻었다고 이미 고백했으니까. 자, 이제 당신에게 아다치 미츠루의 만화를 읽어보길 권한다. 응? 그럴 시간이 없다고? 좋다. 그럼 더 간단한 방법이 있다.

 
 

아. 젊음은 오래 거기 남아 있거라.

델리스파이스의 <고백>이라는 노래의 뮤직비디오를 덧붙인다. 이 곡은 델리스파이스가 아다치의"H2"를 읽고 만든 노래다. 그래서 이 뮤직비디오는 무려 34권으로 구성된"H2"를 고작 5분만 읽을 수 있는 손 쉬운 방법이다. 이 만화와 노래를 듣고 보면서 당신의 첫사랑 시대를 생각해 보면 어떨까? 그러면서 ‘사랑했을 때의 나’를 기억해내면 좋겠다. 누구나 그런 시간을 지나 어른이 되는 거라고, 나도 제법 괜찮고 쓸만했던 누군가의 첫사랑이었다고 당신 스스로를 칭찬해주면 좋겠다. 아. 젊음은 오래 거기 남아 있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