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우트 300회를 기념하여 이번 HYPEERZINE 에서는 디지털 마케팅 벤치마킹 사례가 아닌 펜타브리드의 컨텐츠를 다루도록 한다. ‘찾아가는 박물관’은 ‘증강현실’기술을 이용하여 유물을 직관적으로 관람할 수 있는 체험형 교육 플랫폼으로 CONNECTHING에서 기획/개발한 프로젝트이다. 위치가 고정된 전시물과 인쇄된 정보자료를 보게 되는 기존의 획일적 전시형태는 일방적으로 정보를 전달하기 때문에, 관람객이 수동적일 수 밖에 없다. 유리관 속에 있는 고귀한 전시물은 당연히 만질 수 없고, 다양한 각도로 볼 수도 없다. 또한, 훼손되어 사라진 부분이나 전시물의 내부모습은 관람객 각자가 상상해야만 한다. 소리를 낼 수 있는 전시물의 경우에도 그 형태만 있을 뿐 소리를 들을 수 없다. CONNECTHINGS에서는 이러한 기존 전시물 관람형태의 한계점을 보완하기 위해 새로운 관람서비스를 기획하게 되었다. 관람객의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 주게 된 것이다.

 
 

찾아가는 박물관은 크게 유물의 미니어처 모형, 이미지마커, 증강현실 어플리케이션으로 구성된다. 관람객들은 실제 유물을 3D 데이터로 모델링하여 3D 프린터로 출력한 모형 유물을 만지고 살펴 볼 수 있다. 이미지마커는 유물 모형 아래에 구성되어 어플리케이션을 이용하여 모바일 카메라로 이미지마커를 비추었을 때, 해당 유물 데이터를 증강시키는 역할을 한다. 마지막으로 어플리케이션이 모바일로 증강현실을 구현한다. 어플리케이션은 인터랙션을 포함한 증강현실 콘텐츠 제공을 주기능으로 하고 있으나, 실시간 질문 답변 기능, 체험을 SNS로 공유할 수 있는 기능도 포함하고 있다. 

체험방법은 간단하다. 유물이 놓인 이미지마커를 모바일 카메라로 비추면, 해당 유물의 3D 데이터나 정보가 증강된다. 사실 이미지마커를 이용하여 3D 데이터를 증강시키는 것은 기존의 어느 증강현실 프로젝트와 다르지 않다. 하지만 ‘찾아가는 박물관’의 증강현실에는 흥미로운 인터랙션 요소가 있다. 

[윤두서 자화상]
윤두서 자화상은 우리나라 최고의 자화상으로 일컬어지는데, 매서운 눈동자와 긴 수염이 마치 윤두서가 바로 내 앞에 서있는 느낌을 준다. UHD 전시로 더욱 생생해진 윤두서 자화상은 사용자가 모바일 마이크에 바람을 불어넣으면 자화상이 눈을 감으며 수염이 흩날린다. 사운드에 반응하는 영상이 인터랙션 요소로 작용하여, 관람객이 자화상과 소통함으로써 그 화풍을 직관적으로 관찰할 수 있도록 한다.

[신라금관]
사용자가 신라금관 모형을 모바일 카메라로 비추면 신라금관의 3D 데이터가 증강되며, 여러 각도에서 비춰봄으로써 그 형태를 확실하게 관찰할 수 있다. 또한 사용자는 증강된 신라금관을 머리에 써볼 수도 있는데, 이 가상 피팅 인터랙션은 사용자가 마치 신라왕이 되어보는 체험을 제공한다.

[한산도대첩]
영화 ‘명량’에서 보는 명량해전 만큼 한산도대첩에도 다양한 스토리가 있다. ‘찾아가는 박물관’에서 사용자가 한산도 모형을 모바일 카메라로 비추면 한산도대첩의 스토리를 담은 영상이 증강된다. 단, <조선군진영>방향에서 한산도모형을 스캔하면 조선군 입장에서 해석한 한산도대첩의 애니메이션이 증강되고, <왜군진영>방향에서는 왜군 입장에서 해석한 한산도대첩의 애니메이션이 증강되어 다양한 시각으로 한산도대첩을 이해할 수 있다.

[편종]
편종은 고려/조선시대의 악기로 현재 국립고궁박물관에 전시되어있으나 유리관 안에 전시되어 악기인데도 소리를 들어볼 수 없다. ‘찾아가는 박물관’에서는 사용자가 편종 모형을 모바일 카메라로 비추면 편종의 3D 데이터가 증강되어 편종 각 부분의 섬세한 표현을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터치를 통해 편종을 직접 연주하고 소리를 들을 수도 있다.

[첨성대]
첨성대의 기본 정보를 미디어 테이블에서 습득하고 첨성대 모형을 테이블 위에 올리면, 지도가 경주첨성대의 위치를 찾아간다. 미디어테이블 위 첨성대 모형을 모바일 카메라로 비추면 첨성대의 내부모습도 볼 수 있다.

[불국사]
불국사 모형을 모바일 카메라로 비추면 불국사 360도 플레이어가 활성화되어 다양한 방향에서 불국사를 탐험 할 수 있다. (정면에서는 대웅전, 우측에서는 다보탑, 좌측에서는 석가탑, 뒷면에서는 자하문을 볼 수 있다) 모바일의 자이로 센서, 방향계를 이용하여 모바일을 움직이는 동일방향의 불국사 모습을 볼 수 있다. 실제 현장에서 이동하면서 불국사를 보는 것과 같은 효과를 준다.

[태극기]
태극기는 전시의 마지막 컨텐츠로 모바일 카메라로 태극기를 비추면 사용자들이 남긴 소감이 텍스트 비주얼라이징화되어 텍스트 모양의 태극 이미지가 증강된다. 직접 소감을 남기고 적용해볼 수 있다.

 
 

찾아가는 박물관은 3D 프린터로 프린팅한 전시물 모형과 사용자의 모바일만으로 콘텐츠를 제공하는 플랫폼으로, 실제 유물(보유, 이동, 관리) 없이도 박물관 제작이 가능해 장소의 제약 없이 전시를 열 수 있다. 컨테이너 형태의 팝업 박물관을 쉽게 제작하여, 가까운 거리에 박물관이 없는 농어촌 지역에 찾아가거나 일반 학생들처럼 박물관을 방문할 수 없는 소아병동에 찾아가거나 학생들의 체험활동으로 활용이 가능하다.

찾아가는 박물관은 현재 증강현실 체험을 제공하는 오프라인 전시플랫폼뿐 아니라, 오프라인상의 체험데이터를 수집하고 관심유물을 포스팅하거나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온라인 개인 마이크로 블로그를 통해서 온/오프라인이 연계된 체험형 교육 플랫폼으로 진화 중이다. 또한 3D 프린터를 활용하여, 앞을 볼 수 없는 장애우에게 유물의 형태를 촉감으로 느낄 수 있게 하는 콘텐츠도 기획 중에 있다.

증강현실은 10년 전부터 존재했던 기술로 새롭지만은 않다. 하지만 나름의 방식으로 계속 진화하면서 현재에도 ‘지난 기술에 불과하다’ 던지 ‘구글글래스로 증강현실의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것’이라는 등 다양한 의견이 나오며 여전히 이슈인 것은 확실하다. 증강현실은 현실에 가상의 이미지를 불러와 겹쳐 보여주는 기술로, 성능의 발전은 계속되겠지만 기술 자체로는 그 활용성에 한계가 있다. 증강현실 체험을 위해서는 그 체험이 한번이든 여러 번이든 상관없이 해당 어플리케이션을 모바일에 설치해야 한다. 증강현실 기술이 처음 유행할 때 다양한 브랜드에서 제품 프로모션에 일회성으로 모바일 증강현실 기술을 적용했지만, 점점 시들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프로모션을 위한 단 한번의 증강현실 체험을 위해 어플리케이션을 설치하는 수고를 원하는 사용자는 없을 것이다. 유용하거나 새롭지 않으면 사용가치가 없다. 증강현실 어플리케이션이 수시로 사용자에게 새롭고 유용한 콘텐츠를 제공하거나, 증강현실 기능을 포함하는 어플리케이션 자체가 수시로 새롭고 유용해야 한다(기존 어플리케이션 안에 증강현실 메뉴를 삽입하는 경우). 콘텐츠의 단순한 ‘증강’보다 어떤 콘텐츠를 통해 어떤 서비스를 제공할 것인지, 그것이 ‘증강’을 통해 가장 효과적으로 전달되는 것인지 고민해 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