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전지현과 산다. 진짜다.

하루 종일 전지현이다. 눈을 뜨면 전지현 샴푸로 머리를 감고, 전지현의 주방에 있는 전지현 냉장고에서 꺼낸 음식을 전지현 냄비에 넣고 요리해서 아침을 먹고 전지현 화장품을 바르고, 전지현 원피스를 입고 출근한다. 그때부터 온종일 전지현의 ‘잘생긴’ 휴대폰으로 업무로 보다가, 출출해지면 전지현 빵집에서 간식을 먹고, 퇴근 후에는 전지현 치킨을 주문한 다음, 물을 섞지 않은 전지현 맥주를 함께 마시면서 하루를 마감한다. 주말엔 전지현 등산복을 입고 산에도 간다. 이렇듯 요즘 우리는 전지현과 매일을 함께 산다. 몇 년 전까진 이영애와 김태희와도 우리는 이렇게 살았다. 스타는 대중에게 ‘소비되는 상품’이다. 그래서 그들이 가진 상품성(인기라고도 한다.)이 모두 소비되면 대부분의 스타는 빛을 잃는다. 거의 대부분은.

오드리 헵번 - 인생을 통해 자신의 빛을 밝혀낸 스타

아주 희귀하지만 조금 예외인 경우도 있다. 빛을 잃고 소멸되는 대신 영원히 빛나는 존재로 남는 스타 - 내가 기억하는 그런 이름은 ‘오드리 헵번’이다. ‘로마의 휴일’에서 삼엄한 왕실의 경비를 뚫고 탈출한 오드리 공주가 미용실로 달려가 긴 금발 머리를 싹둑 자르자 전 세계 여성들은 너나 할 것 없이 ‘헵번 스타일 단발머리’로 변신하였고, 그녀가 그레고리 펙(Gregory Peck)의 허리를 붙잡고 올라준 덕분에 베스파(Vespa) 스쿠터는 하루아침에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 ‘티파니에서 아침을’에서 오드리 헵번이 쳐다봐 준 덕분에 뉴욕의 작은 보석가게는 티파니(Tiffany)라는 브랜드가 되었으며, 그녀가 입어 준 덕분에 지방시(GIVENCY)는 명품 반열에 올랐다.

 
 

티파니와 지방시에는 그녀의 인생 값이 더해져 있다.

하지만 그런 화려한 것들이 오드리 헵번을 영원히 빛나게 해 준 것은 아니다. 그녀는 인생을 통해 자신의 빛을 밝힌 스타였다. 은퇴 후, 유니세프 대사 외엔 어떤 대외적 활동도 하지 않았던 오드리 헵번이 인생의 말년에 남긴 글이다. “아름다운 입술을 가지고 싶다면 친절한 말을 하라. 사랑스러운 눈을 갖고 싶으면 사람들에게서 좋은 점을 보라. 날씬한 몸매를 갖고 싶으면 너의 음식을 배고픈 사람과 나누어라. 아름다운 머리카락을 갖고 싶으면 하루에 한 번 어린이가 손가락으로 너의 머리를 쓰다듬게 하라. 아름다운 자세를 갖고 싶으면 결코 너 혼자 걷고 있지 않음을 명심하라. 사람들은 상처로부터 복구되어야 하며 낡은 것으로부터 새로워져야 하고, 병으로부터 회복되어야 하고, 무지함으로부터 교화되어야 하며, 고통으로부터 구원받고 또 구원받아야 한다. 결코, 누구도 버려서는 안 된다. 기억하라. 만약 도움의 손이 필요하다면 너의 팔 끝에 있는 손을 이용하면 된다. 네가 더 나이가 들면 손이 두 개라는 걸 발견하게 된다. 한 손은 너 자신을 돕는 손이고 다른 한 손은 다른 사람을 돕는 손이다.” 한때 아름다운 스타였던 오드리 헵번은 영원히 아름다운 휴머니스트로 일생을 살면서 자기의 빛을 지켰다. 그러자 그녀가 만졌던 모든 브랜드는 클래식이 되었다. 티파니와 지방시의 가격에는 오드리 헵번의 인생 값이 포함되어있다. 마음에서 먼저 찾게 되는 브랜드는 이렇게 누군가의 인생으로 만들어진다.

*이미지 출처: 오드리 헵번 공식사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