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글로벌 광고·마케팅 전문 미디어 'The Drum'은 

AI 시대의 광고·마케팅 업무에 대해 다음과 같은 관점을 내놓았습니다.

 

'AI는 업무 속도는 높였지만, 오히려 편해진 만큼 더 많은 가능성을 검토하고, 

작은 디테일까지 신경 쓰게 되면서 작업 시간과 일의 양은 전혀 줄지 않았다.'

출처: ‘The Drum, How AI is fundamentally changing the role of the B2B creative director’

 

 



이러한 변화는 해외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다양한 AI 서비스가 업무 전반에 빠르게 자리 잡으면서, 

글을 쓰고 이미지를 생성하는 일은 이전보다 훨씬 빨라졌습니다. 

그러나 실무자가 체감하는 업무의 양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았습니다. 

기술은 계속 발전하는데, 왜 우리의 일은 여전히 줄어들지 않는 걸까요?

 

 

1. 빨라진 속도, 높아진 기준

 

AI시대에는 뭔가 다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편해진 만큼 더 작은 부분까지 보게 됐고, 그 작은 디테일까지 다시 손보게 됐습니다.

 

시장 조사, 데이터 취합, 타깃 분석 리포팅, 간단한 카피 배리에이션 및 이미지제작 같은 작업들은 AI 덕분에 효율이 올라간 건 사실입니다. 실제로 글로벌 기업의 88%가 빠르게 AI 툴을 현업에 도입했습니다.

 

 

 

하지만 ‘도입’이 곧바로 ‘완벽한 결과물’을 의미하진 않습니다. 맥킨지와 MIT 등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AI 파일럿 프로젝트 중 실제 비즈니스 성과(ROI)로 이어진 비율은 30~40%선에 그칩니다. 툴은 좋아졌지만, 이를 실무 프로세스에 매끄럽게 녹여내는 ‘워크플로우 최적화’ 단계에서 병목 현상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AI는 노동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업무 영역을 재배치’합니다. 초안을 만드는 시간은 줄었지만, 기획서의 논리를 검증하고, AI가 만들어낸 무수한 시안 중 진짜 ‘A급’을 골라내고,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방향에 맞춰 디테일을 잡고 리터칭하는 ‘디렉션과 퀄리티 컨트롤’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늘어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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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도입은 88%까지 확산됐지만, 전사적 활용에 성공한 기업은 3분의 1 수준에 머물렀습니다.

출처: McKinsey, The State of AI 2025

 

 


2. 흐려지는 직무 경계, ‘멀티플레이어’를 요구하는 사회

 

이러한 변화는 광고·마케팅 업계의 일하는 방식을 조금씩 바꾸고 있습니다. 그동안 광고·마케팅 업계에서는 기획(AE), 제작(Copy/Art), 매체 등 기능별로 철저히 나뉜 ‘사일로(Silo)’ 구조로 일해왔습니다. 하지만 AI가 발전해 기획서 초안도 잡아주고 비주얼 시안도 그려내면서 ‘기획·분석·실행’의 경계가 점점 흐려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실리콘밸리에서는 이러한 변화가 고용 트렌드로 고스란히 나타납니다. 먼데이닷컴, 쇼피파이, 우버 같은 테크 기업들은 대규모 인력 증원 대신 자동화를 확대하며 신규 채용을 극도로 조이는 ‘제로 채용’ 기조로 돌아섰습니다. 그렇다고 문이 완전히 닫힌 것은 아닙니다. 애플, 메타, 구글처럼 오히려 총직원 수가 늘어난 기업도 많습니다. 이는 단순히 사람을 자르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AI를 활용해 더 넓은 영역을 책임질 수 있는 소수의 조율가’를 중심으로 조직을 빠르게 구조조정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 지점에서 중요한 건, 광고·마케팅 업계에서 AI를 활용할 수 있는 사람의 업무 범위가 오히려 넓어진다는 사실입니다. 예전에는 한 사람이 하나의 직무 안에서 정해진 산출물을 만드는 데 집중했다면, 지금은 문제를 정의하고, AI에게 업무를 나누고, 결과를 검토해 최종 결과물 도출까지 연결해야 합니다.

 

즉, AI 이후의 핵심 역량은 생산보다 조율과 판단입니다. 

일을 덜 하는 것이 아니라, 더 넓은 범위의 일을 책임지는 시대가 된 것입니다.

 

3. ‘AI 냄새’를 기막히게 맡는 소비자들, 그리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여야 하는 광고대행사 입장에서 AI는 양날의 검 같은 존재입니다.

 

백엔드 영역(타깃 세그멘테이션, 매체 자동화, 데이터 최적화 등)에서 AI는 압도적인 효율을 냅니다. 하지만 프론트엔드, 즉 소비자가 직접 마주하는 ‘크리에이티브’ 영역으로 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소비자는 똑같은 광고 콘텐츠라도 “AI가 생성한 이미지/카피”라는 사실을 인지하는 순간 호감도나 구매 의향이 떨어지는 경향을 보입니다. 흔히 기술에 우호적일 것이라 여겨지는 젊은 세대조차 실제 체감하는 감성적 광고에서의 AI 거부감은 예상보다 큽니다.

 

심리학적으로 인간은, 인간 고유의 영역이라 믿었던 ‘예술과 감성’을 모방하는 순간 기괴함이나 거부감(불쾌한 골짜기)을 느낍니다. 우리가 정교하게 만들어낸 컴퓨터 그래픽보다, 투박하더라도 인간의 땀방울이 묻어나는 아날로그 감성에 마음이 가는 이유와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대행사 입장에서 AI를 활용해 제대로 된 광고를 만드는 과정은 결코 만만치 않습니다. AI 특유의 차갑고 이질적인 결과물에서 소비자가 느끼는 거부감을 지워내고 그 자리에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사람 냄새나는 크리에이티브의 본질을 불어넣기 위해, 실제로는 훨씬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투입됩니다

 

4. 결국 AI를 쓸수록 일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일의 깊이가 바뀌어 갑니다.

 

결국 AI를 많이 활용한다고 해서 일이 줄어드는 것은 아닙니다. 

반복 업무는 줄어들었지만, 그만큼 더 본질적인 질문이 남았습니다. 어디까지 AI의 효율에 맡기고, 어디서부터는 사람의 감각과 책임으로 완성할 것인가. 광고·마케팅 분야에서는 이 질문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모든 것이 AI로 만들어질 수 있는 시대일수록, 브랜드와 사람이 만나는 마지막 접점만큼은 사람의 언어와 감각으로 지켜야 합니다. AI가 만든 결과물에 브랜드의 철학을 담고,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일 감정을 더하며, 작은 디테일까지 완성해 내는 일은 결국 사람의 몫입니다.

 

그래서 AI 시대의 광고대행사는 일을 덜 하는 조직이 아니라, 더 깊이 판단하고 더 치열하게 완성하는 조직이어야 합니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사람의 역할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욱 선명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